< 크루즈선 환영나온 유치원생 > 일본 교토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마이즈루항. 부둣가에 모인 유치원생들이 ‘마이즈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크루즈 관광객을 맞고 있다. 오형주 기자
< 크루즈선 환영나온 유치원생 > 일본 교토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마이즈루항. 부둣가에 모인 유치원생들이 ‘마이즈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크루즈 관광객을 맞고 있다. 오형주 기자
지난 9일 일본 교토 북쪽 90㎞에 있는 마이즈루(舞鶴)항. 한반도와 동해를 두고 마주한 이 작은 군항(軍港)에 승객 등 3000여명을 태운 7만5000t급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닻을 내렸다. 부둣가에선 하얀 원복을 입은 2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환영 팻말과 구호 등을 외치며 요란하게 손님을 맞았다. 항구 인근 어시장 ‘도레도레센터’는 크루즈에서 내린 각국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크루즈 관광인구가 매년 급증하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의 크루즈산업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 번에 수천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크루즈선이 항구와 관련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도 단순한 기항지 유치에서 벗어나 모항 출항 확대 등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루즈 요지로 떠오른 마이즈루

원래 마이즈루시(市)는 해상자위대 함선과 약간의 화물선만이 드나드는 인구 8만명의 쇠락한 항구였다. 이곳에 크루즈선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 이후 마이즈루는 10만t급 이상 크루즈가 찾아오는 동해 크루즈 관광의 요지로 변모했다. 지난해 크루즈 8척, 관광객 8000여명이 찾아온 데 이어 올해는 이달까지 2만여명이 크루즈 10척을 타고 이곳에 내렸다.

마이즈루가 크루즈 관광의 메카로 부상한 데에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 입국심사·상륙허가 등 규제를 완화했고, 항만사용료 인하와 각종 면세혜택을 부여하는 등 크루즈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마이즈루 부두 확충에 230억원을 투자해 13만t 이상 대형 크루즈 접안이 가능해졌다.

모리카와 히로유키 교토부 크루즈담당팀장은 “항구를 통해 교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바다의 교토’를 슬로건으로 각종 전시회 등에서 적극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이같이 크루즈가 드나드는 크고 작은 항구만 30곳이 넘는다.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크루즈에 대해 “단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관광상품”이라고 평가했다. 크루즈는 해운, 관광, 호텔업 등이 결합돼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기항지로 방문한 크루즈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지출은 113만원이었다. 한국을 모항으로 삼은 관광객 지출은 운임을 더해 2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크루즈가 각광을 받자 정부는 지난해 ‘크루즈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올 3월 ‘제1차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내놓는 등 산업 기반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등이 매년 급증해 2014년에는 기항지 관광객이 100만명을 처음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87만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7월 기준 12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 실적을 거뒀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달 중 올해 목표치인 150만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출발 크루즈 늘려야

한국을 찾는 크루즈와 관광객 수는 크게 늘었지만 한국을 모항으로 출발하는 크루즈는 아직 미미하다. 2012년에 처음으로 국적 크루즈선사인 하모니크루즈가 2만t급 크루즈를 취항했지만 이듬해 1월 운항을 중단하고 폐업했다. 이후 한국을 출발하는 크루즈는 일부 여행사들이 외국 배를 단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을 모항으로 출발한 크루즈는 올해 15차례, 1만5000명 규모에 불과하다. 지난해 모항 출항객이 22만명에 달한 일본에 비하면 15분의 1 수준이다. 해수부는 내년엔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37차례, 승객은 2만24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관광개발은 내년 5월 속초에서 출항해 러시아와 일본 홋카이도 등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환동해 크루즈를 두 차례 띄우기로 했다.

제주 부산 등 일부 항구에만 크루즈 관광객이 집중되는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크루즈 관광객 87만명 중 제주(62만명)와 부산(16만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30곳이 넘는 기항지에 크루즈 관광객이 고르게 분산돼 있지만 한국은 편중이 심각하다”며 “좀 더 많은 항구에 크루즈 입항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즈루=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