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처럼 반짝거리는 방화복을 입고 커다란 헬멧을 쓴 캐릭터(사진)가 동네 뒷골목에서 막춤을 춘다. ‘10달러’ ‘5달러’를 외치는 목소리가 독특한 전자음과 비트에 맞춰 빠르게 반복된다. 외국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음악가의 영상 같지만 배경이 익숙하다. 서울 성수동의 잡화점과 사거리 앞에서 화려한 패턴을 쓴 코끼리 형상이 몸을 흔든다.

지난 2일 공개된 프로듀서 겸 DJ 히치하이커(본명 최진우·45)의 신곡 ‘10달러’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동영상 스트리밍사이트 유튜브는 글로벌 공식 계정에서 “기존의 시공간 바깥에 존재하는 음악, 이것이 히치하이커다”라고 영상을 소개했다.

히치하이커는 자신의 얼굴과 본명 대신 외계인 캐릭터로 활동한다. 미국에서 음악 작업 중인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연령과 성별, 인종, 외모 등을 초월한 존재를 만들어 음악을 평가받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96년 솔로가수 ‘지누’로 데뷔한 그는 국내 음악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99년부터 밴드 롤러코스터에서 베이스를 연주했고, 2009년엔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작곡해 히트시켰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보아, 소녀시대, 엑소 등의 프로듀서로 일하다 DJ 활동을 시작했다.

“DJ로 활동하면서 저만의 EDM 곡을 완성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2년간 혼자 캐릭터를 만들고, 음악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해 2014년 9월 ‘일레븐’을 발표했죠.”

음원 공개 이후 유니버설뮤직UK, 소니ATV 등 세계적인 음반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다. 히치하이커는 “예기치 않았던 일”이라며 “연락해온 음반사 홈페이지에서 그 회사에 소속된 어마어마한 음악인들 명단을 볼 때마다 짜릿함을 넘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했다.

여러 기획사 중 그가 택한 곳은 미국의 글로벌 에이전시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 브루노 마스,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소속사다. 히치하이커는 이 회사 산하의 EDM 레이블인 덱스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히치하이커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곡과 뮤직비디오 작업은 혼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곡과 이전 곡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일레븐은 아이의 목소리를, 10달러는 거리의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해 썼다.

히치하이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거리의 자동차 소리 등 주변의 모든 소리가 소재”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상에서 흔히 듣지만 기존 음악에선 자주 쓰이지 않던 소리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행복한 소리를 담아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요.”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