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4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시즌 7승을 달성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박성현이 4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시즌 7승을 달성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남달라’ 박성현(23·넵스)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파를 잡아내며 6언더파 공동선두로 경기를 먼저 끝마쳤다. 1타 차 2위 고진영(21·넵스)은 18번홀 버디가 절실했다. 그래야만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린지에서 시도한 회심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마지막 반격은 그렇게 끝났다. 연장전에 대비해 퍼트 연습을 하던 박성현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흘렀다.

역시 ‘대세’였다. 박성현이 시즌 7승을 거머쥐며 훨훨 날았다. 4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 최종 라운드에서다.

박성현은 이날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654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다. 더블보기 1개를 내줬지만 이글 1개, 버디 5개를 뽑아내며 정상에 올랐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 4타 차를 뒤집은 짜릿한 역전승이자 시즌 7승이다. 박성현은 2013년 투어에 데뷔한 지 3년 만에 통산 10승을 일궈냈다.

이날 우승상금 3억원을 추가한 박성현은 시즌 총상금도 가장 먼저 10억원(12억591만원)을 돌파했다. 2012년 김효주(21·롯데)가 기록한 한 시즌 최다상금(12억800여만원) 돌파도 시간문제가 됐다. 2007년 신지애(28)가 작성한 시즌 최다승(9승) 기록도 올해 안에 깨트릴 가능성이 커졌다.

박성현의 출발은 들쭉날쭉했다. 1번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리는 듯하다 곧바로 2번홀(파3)에서 OB(아웃오브 바운즈)를 내 순식간에 2타를 잃었다. 분위기가 살아난 건 4번홀(파5)에서다. 15m 밖에서 시도한 장거리 이글 퍼트가 홀컵에 꽂히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극적인 장면은 7번홀(파5)에서도 연출됐다. 그린 프린지에서 시도한 7m짜리 칩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성현은 까다로운 훅라이 경사가 있던 11번홀(파4)에서 완벽한 내리막 버디 퍼트를 뽑아낸 데 이어 14번(파5), 15번(파4)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운도 따랐다. 16번홀(파4)에서 언덕 딱 중간에 떨어진 공이 뒤로 밀려 내려가지 않고 멈춘 것이다. 홀컵과의 거리는 채 1m도 되지 않았다. 덕분에 버디 퍼트는 놓쳤지만 파 세이브를 쉽게 할 수 있었다.

박성현은 “간절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공격적이기보다 코스에 맞춰 안정적으로 경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8승을 목표로 다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펼친 고진영은 17번홀(파3)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기를 범하며 반전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1m밖에 안 되는 퍼트를 급하게 하려다 왼쪽으로 당겨치고 말았다.

박성현과 경기 내내 장타 대결로 관심을 모은 렉시 톰슨(미국)은 최종합계 1언더파 6위에 그쳤다. 첫날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치는 무결점 샷을 과시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1~2m짜리 짧은 퍼트가 좌우로 흐르기 일쑤였다.

국내 최대 상금을 내걸고 5개국 선수를 초청해 치른 이번 대회는 메이저 수준의 까다로운 코스 세팅과 엄격한 대회 운영을 통해 글로벌급 투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마지막 날까지 언더파를 유지한 선수가 12명에 불과했고, 우승자 박성현은 3라운드에서 늑장 플레이로 1벌타를 받아 하마터면 우승을 놓칠 뻔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