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
삼성SDI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에 공장을 짓는다. 한국(울산) 중국(시안)에 이은 세 번째 공장이다.

BMW 폭스바겐 벤츠 르노 피아트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가 자리 잡은 유럽에 공장을 세워 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삼성 전장사업의 핵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초 케미칼사업을 롯데에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3조원 이상을 확보했다. 2020년까지 이를 투자해 생산 규모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만들던 공장 활용

삼성SDI는 30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괴드에 33만㎡(약 10만평)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순수전기차(EV) 기준 연간 5만대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으며 201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곳은 삼성SDI가 2001년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립해 몇 년 전까지 생산해 왔다.

이 회사는 그동안 BMW 아우디 등 주요 고객이 몰려 있는 유럽에 생산기지를 짓기 위해 부지를 찾아왔다. 헝가리를 택한 건 기존 공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건축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또 헝가리엔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다. 물류비 절감은 물론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지난해 인수한 배터리 팩 전문업체 마그나 슈타이어(현 SDIBS)가 있는 오스트리아와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배터리 셀부터 팩까지 일관생산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 헝가리 정부도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정세웅 삼성SDI 부사장은 “헝가리 공장 건설로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SDIBS와의 시너지를 통해 유럽 고객의 다양한 요청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생산 10배 확대

삼성SDI는 2009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1조원 넘게 투자했으나 아직까지는 적자다. 작년 매출이 4000억원 수준이며, 2018년에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한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올해 263만대에서 2020년 486만대로 커진다. 게다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SDI는 커지는 시장을 잡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2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약 10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울산에 배터리 라인을 증설한 삼성SDI는 지난해 10월엔 중국 시안 공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범 기준 인증에서도 탈락시키는 등 규제를 강화해 공장 운영이 어려워졌다. 유럽 시장 공략을 통해 매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 회사는 미국 자동차업계 공략을 위해 미국 공장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