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기조강연에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불러오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약관을 점검 중”이라며 “불공정 약관엔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여행사의 ‘항공권 판매 약관’을 보면 출발 수개월 전에 예약을 취소한 경우와 출발예정일이 임박해 취소한 경우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한다. 출발일까지 3개월 이상 남은 100만원짜리 유럽 왕복 항공권을 구매한 뒤 바로 취소해도 출발 하루 전에 취소할 때와 동일한 30만~40만원의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발일까지 남은 일수에 따라 취소수수료를 차등부과하도록 약관 조항을 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취업준비 온라인 강의, 해외 호텔 예약사이트의 취소수수료 등과 관련한 불공정 약관에도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하반기에 소비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부당 표시광고를 한 업체도 조사할 예정이다. 탄소저감장치를 조작한 차량을 ‘친환경차’로 허위·과장 광고한 폭스바겐이 대표적이다. 정 위원장은 “공기청정기, 수익형 부동산, 수입 자동차 등과 관련한 부당 표시·광고를 집중 감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표준약관’도 제정한다. 표준약관은 사업자나 사업자 단체가 건전한 거래질서를 세우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이 통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성한 거래 기준 약관을 뜻한다. 정 위원장은 “해외 구매대행 상품의 반품 거부와 배송 지연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반품 가능 기간을 설정하고 배송 현황을 소비자에게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