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최고급 주방 가전 업체인 데이코(DACOR)를 인수한다. 미국 빌트인 가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최근 데이코 지분 100%를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제한적 경쟁 입찰 방식으로 치러진 데이코 인수전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국내외 경쟁사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이코는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첨단 기술과 최고급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어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눈독을 들여 왔다”며 “경쟁을 뚫고 인수해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데이코는 1965년 설립된 럭셔리 주방 가전 회사다. 스탠리 조지프 창업자의 가족들이 3대째 경영해온 비상장사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인더스트리시(市)에 있다.

오븐, 인덕션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 바비큐 그릴 등 주로 빌트인 주방 가전을 제조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다. 1년에 4500만달러(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데이코는 최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럭셔리 주방 가전 브랜드로 통한다. 오븐 하나 가격이 4000달러(약 430만원)에 달할 정도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 전문학교 르꼬르동블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독일 BMW그룹과 디자인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데이코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북미지역 빌트인 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데이코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홈 어플라이언스 관련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온 것도 삼성전자가 데이코 인수에 공을 들인 이유다. 데이코는 태블릿PC를 결합한 스마트 가스레인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오븐 등을 실험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가전을 작동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코의 혁신성과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북미와 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업체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빌트인 가전이 전체 가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M&A 없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왔기 때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2013년 “백색가전 사업을 하면서 가장 아픈 곳이 빌트인 시장”이라며 “빌트인 시장은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해 기존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 주저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적절한 시점에 기술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만큼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