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의 공격적인 돈풀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연쇄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전날보다 1.6% 급락하며 파운드당 1.31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날 BOE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연 0.25%로 내리고,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푸는 양적완화 규모를 600억파운드(약 102조원) 추가해 4350억파운드로 늘리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BOE는 이와 별도로 회사채까지 100억파운드어치 사들이기도 했다.

시장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로 인해 파운드화는 이날 한 달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지난 6월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후 11.2%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BOE의 이날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유로화도 이날 달러에 대해 0.2% 하락한 1.11달러로 밀렸으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23%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이날 Fed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을 33%로 낮췄다.

독일 등 유럽 각국과 미국의 채권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개장과 동시에 0.15%포인트 수직낙하하며 연 0.65%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도 초강세를 보였다. 채권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미 국채(10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한 연 1.50%까지 떨어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