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산업으로 발 넓히는 삼성전자…삼성전기·SDI 등 부품주 '부푼 꿈'
삼성전자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 마그네티마렐리 인수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소속 정보기술(IT) 주요 부품주 동향에 관심이 집중됐다. 인수합병(M&A)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IT 부품주에 미칠 여파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삼성전자의 시도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4일 삼성전자는 전날과 같은 151만7000원에 장을 마쳤지만 삼성그룹 주요 부품주는 급등했다. 지난 1일 연중 최고가(156만8000원)를 찍은 뒤 숨고르기 중인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 안팎으로 올랐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면 부품 계열사는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삼성전기가 6.52% 뛴 5만8000원에, 삼성SDI는 2.68% 상승한 11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중국 전기차회사 비야디(BYD)에 5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엔 자동차 부품사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그룹 내 전장사업이 수직계열화되면 기존 부품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FCA와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자동차용 카메라(삼성전기)의 공동 개발 및 제휴 관계를 맺어왔다”며 “FCA그룹은 피아트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페라리 마세라티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부품사를 인수하면 FCA 산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조원대 규모의 삼성전자 부품 사업 인수설이 피아트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FCA가 급등(8.7%)했고 이탈리아 주식시장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도 8.26% 상승했다.

하지만 마그네티마렐리와 경쟁 관계에 놓일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가에는 삼성전자의 이번 시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마그네티마렐리와 전장, 섀시 분야에서 겹치는 만도현대모비스에는 부정적인 소식이란 분석이다. 배기가스 제어장치를 생산하는 세종공업과 자동차 조명회사인 에스엘 등도 피해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만도(0.6%)와 세종공업(0.45%)은 강보합, 현대모비스(-0.4%)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마그네티마렐리의 사업 분야가 조명과 엔진 제어, 섀시와 전장, 플라스틱 몰딩과 사후서비스(AS) 부품 등으로 다양한 만큼 삼성전자의 인수가 결정되면 단기적으로는 관련 부품주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