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쿠첸·동양매직도 가세
이대희 쿠첸 사장(사진)은 4일 “기존 13단계였던 직급을 5단계로 축소해 최근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쿠첸은 작년까지 사원부터 주임, 대리, 과장 등 일반적 직급체계를 써왔다. 하지만 올해 바뀐 인사체계에선 파트너-파트장-팀장-부문장-비즈니스 유닛장 등으로 단순해졌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뿐 아니라 이사, 상무, 부사장 등 임원급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이 사장은 “인사 시스템을 바꾸면서 직원 평균 연봉을 11.2% 올려줬다”며 “직급이 낮은 직원들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쿠첸은 ‘2단계 인사혁신’으로 직급에 관계 없이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컨대 입사 2년차 사원이 팀장을 맡아 부장급 직원을 팀원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동양매직 또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개 직급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원-책임-수석 등으로 단순화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6월 외부에서 인사 컨설팅을 받았다. 회사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어서 시행은 일단 보류된 상태다. 앞서 2013년 아주그룹은 중견기업으론 드물게 대리부터 부장까지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로 통일한 바 있다.
중견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조직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대기업보다 덩치가 훨씬 작지만 그렇다고 민첩하게 움직이지도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대규모 제조라인을 보유하고 있거나 모기업의 영향을 많이 받아 관료화 된 탓이다. 이 사장은 “매출 1조원을 넘기 전에 인사체계를 고치지 않으면 영영 못고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사 적체도 한 원인이다. 사원, 대리 등에 비해 차·부장급이 많은 ‘항아리형’ 구조가 고착화 된 중견기업이 많아 어떤 식으로든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직급이 단순해지면 사원에서 대리로, 과장으로 승진할 때마다 껑충 뛰는 연봉을 낮출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장 이상 간부는 올라갈 자리가 없어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