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강행군' 정몽구 회장 "해외 판매 확대해 위기 극복하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3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질리나시에 위치한 기아차 유럽공장을 방문해 "지금껏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성장을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외 판매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나선 유럽 출장길에서 러시아공장을 방문한데 이어 기아차 유럽공장을 방문하며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이 이날 방문한 기아차 유럽공장은 현지 전략형 모델인 소형 다목적차량(MPV) '벤가'와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비롯해 작년 11월부터는 신형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7만8000여대를 생산했으며, 연말까지 총 33만5000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기아차 유럽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품질을 꼼꼼히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룹이 이만큼 성장한 데에는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 기반이 됐다"며 "앞으로도 해외 사업장의 수익을 연구개발과 브랜드 제고 등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 유럽 시장이 여러 악재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쟁력 있는 현지 전략형 신차와 친환경차, SUV를 앞세워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판매 호조세를 지속 이어가야 한다"며 "전 세계 시장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럽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이 유럽 시장을 직접 찾아 점검에 나선데는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촉발된 유럽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9.1% 오르는 등 한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이다가, 브렉시트 영향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0.7%로 떨어지며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유럽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것이 바로 현지 전략형 신차와 친환경차다.

현대차는 다음달 중 신형 i30를 유럽시장에 처음 공개하고 본격 시장공략에 나선다. 준중형급 해치백 모델인 i30는 지난 2011년 2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래 5년만에 선보이는 3세대 신차다. 해치백 차종의 선호도가 높은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차는 유럽 전략형 모델인 'K5 스포츠웨건'을 내달부터 유럽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기존 K5를 기반으로 웨건형 모델로 제작했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를 유럽시장에 출시해 친환경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니로 하이브리드의 판매를 시작한다.

이와 함께 투싼과 스포티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슬로바키아 공장을 점검한 데 이어 4일(현지시각)에는 체코로 넘어가 현대차 유럽공장을 점검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