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5% '위풍당당'…부동산펀드에 돈 몰린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공고해지며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으론 목표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 ‘재테크 불패신화’를 썼던 자산이자 대표적인 대체 투자처인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이 되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물 부동산에도 투자자가 몰리지만 금융상품의 형태를 띤 부동산 인기도 만만치 않다. 세입자와의 갈등이나 공실 걱정 없이 꾸준히 돈을 불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펀드를 들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설정액(투자자가 계좌에 넣은 돈)은 40조2290억원. 2004년 부동산펀드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펀드 시장(485조원)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금융시장에서의 위치가 확고하다. 부동산펀드 대부분은 기관투자가와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사모펀드(39조2249억원)다.

부동산펀드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단연 수익률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국내 공모 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99%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6.24%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가 각각 2.65%와 9.77%의 손실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사모 부동산펀드의 공식적인 수익률은 별도 통계가 없다. 주요 기관의 투자처별 수익률 자료를 참조해 대강의 수익률을 짐작할 뿐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국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해 약 7~9%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5% '위풍당당'…부동산펀드에 돈 몰린다
올 들어서는 처음부터 개인투자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급증했다. 대부분 상품이 판매 후 한 달 이내에 목표액을 채웠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7일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에 투자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판매했다. 이틀 만에 준비했던 2500억원어치가 소진됐다. 지난 4월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부동산펀드는 한 달 만에 투자자 20여명, 자금 100억원을 모았다.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투자해 연 7~8%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하는 펀드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지난 3월 설정한 ‘코람코수익형부동산펀드제1호’ 역시 한 달 만에 개인투자자 20명, 투자금 100억원을 모았다. 이 상품은 업계 최초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펀드)다. 같은 달 유경PSG자산운용이 운용하고 IBK투자증권이 판매한 200억원 규모의 사모 부동산펀드 역시 한 달 만에 자금 조달을 끝냈다. 서울 합정동 삼성화재 사옥에 투자해 연 6%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공모 펀드 형태의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19일 판매한 공모펀드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는 판매 시작 후 한 시간 만에 모집액 300억원을 다 채웠다.

오는 11월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가 등장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부동산 연계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재간접 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은 500만원이다. 1억원 이상을 넣어야 하는 사모펀드와 비교하기 힘들 만큼 진입장벽이 낮다. 자산운용사들은 개인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만든 후, 기관투자가 자격으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한다. 국민연금이 1조2000억원을 들여 사들인 서울 청진동 ‘그랑서울’(코크렙청진18호리츠)과 같은 우량 부동산을 개인투자자가 500만원으로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