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물산이다. 삼성그룹주 내에서도 외국인은 실적, 기관은 지배구조에 중점을 두고 종목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63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가 21일 연중 최고가(154만3000원)를 기록하자 외국인의 ‘사자’ 주문이 주춤해졌지만 순매수 2위인 SK하이닉스(2406억원)나 3위 고려아연(2284억원)과의 차이는 크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낸 영향이 컸다. 중국 1위 전기자동차 회사 BYD에 투자하는 등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는 삼성물산(순매수 1010억원)에 집중했다. 기관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752억원어치를 내다팔면서도 삼성물산은 적잖게 사들였다.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올 2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1분기 43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바람에 연간 기준으로 1000억원대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계기는 지배구조 수혜였다. 최근 삼성SDS는 분할을 검토 중인 물류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을 부인했지만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그룹 사업재편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이재용 부회장 등 창업 3세들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28.25%로 높은 만큼 기업 가치를 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삼성물산 주가는 실적보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