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찬 씨(63·볼빅·사진)가 한국인 시각장애인 골퍼로는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조씨는 21일 영국 슈롭셔의 텔포드 골프&리조트CC(파72·6455야드)에서 열린 ISPS한다 브리티시블라인드오픈 골프챔피언십 대회에서 1, 2라운드 합계 195타를 쳐 우승컵을 차지했다.

▶본지 5월27일자 A35면 참조

1라운드 96타, 2라운드 99타를 기록한 조씨는 2위인 앤디 샐라스(영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생애 다섯 번째 국제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조씨는 “대회 코스가 전장이 길고 나무 숲이 많아 시각장애인이 경기하기에 무척 힘든 코스였다”며 “좋은 점수를 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조씨는 앞서 2008년 호주 대회와 2012년 캐나다 대회, 지난해 US 대회를 제패하는 등 3개 메이저 블라인드 골프대회를 석권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작성하기 위해선 브리티시 대회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해외 시각장애인 골퍼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몇 차례 있었지만 한국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조씨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꿈꿔왔는데 막상 실현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캐디 역할을 해준 서포터 김신기 사장과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골프 종목이 처음 신설되는 2020년 도쿄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체력이 허락하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업가이자 아마추어 싱글 골퍼였던 그는 1988년 황반변성으로 갑작스럽게 오른쪽 눈 시력을 잃었다. 2000년 왼쪽 눈 시력까지 잃어 시각장애인(1급)이 된 뒤에는 골프를 접었다. 2007년 국내 시각장애인 골프 대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골프채를 다시 잡은 뒤부터 각종 국내외 대회를 휩쓰는 등 시각장애인 골프계 1인자로 떠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