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전문업체인 코나아이가 세계 최초 개방형 모바일 선불카드 플랫폼인 ‘코나머니’를 오는 9월 선보인다. 동네 영세상인들도 모바일 선불카드를 발행해 소비자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상품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영세상인들이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누구나 모바일 선불카드 발행

조정일 코나아이 부회장(사진)은 1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그동안 카드는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만 발급할 수 있었는데 코나머니가 핀테크(금융+기술)로 경계를 허물었다”면서 “보안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구나 카드를 만들고 고객 마케팅도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코나아이는 이를 위해 3년간 400억원을 투자해 개발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의 코나머니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모바일 선불카드처럼 쓰면 된다. 결제는 바코드나 근접무선통신(NFC), QR 코드로 한다.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충전하며 잔액 회수도 가능하다. 사업주는 업종 등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담은 자신만의 카드를 생성할 수 있다. 조 부회장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닌 서울 여의도 지역 커피숍 주인들이 모여 ‘코나머니 여의도 커피카드’를 발행하고 할인 적립 등 혜택을 내거는 식”이라며 “업종별, 지역별 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마케팅 수단”

코나아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국제 표준결제 플랫폼을 갖췄다. 조 부회장은 “대형 카드사에도 코나머니 같은 모바일 카드를 발급해주는 시스템이 없다”고 강조했다.

가맹점 어디서나 현금처럼 쓸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골목상권에서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세상인을 위해 가맹점들을 모아 카드를 기획하는 ‘상품플래너’라는 새로운 직업도 만들 계획이다. 코나머니는 상품권, 환전카드, 바우처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조 부회장은 “그동안 B2B(기업 간 거래)만 한 코나아이가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카드 등 전자화폐 주도

성균관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통신과 한국정보통신연구소에서 일하던 조 부회장은 1998년 케이비테크놀러지(코나아이의 전신)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로 ‘버스 지하철 통합 교통카드 시스템’을 개발해 부산에서 ‘하나로’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국내 전자화폐 사업을 선도해 왔다. 코나는 이 회사의 시스템 이름이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건 2003년 자바 기반의 국제규격 카드 개발에 성공하면서부터다. 국내 집적회로(IC)칩 운영체계 및 스마트카드 시장에서 점유율 70%로 1위다. 세계 시장에서는 5위다. 지난해 매출 2167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을 냈다. 10년 전보다 매출은 10배, 영업이익은 30배 이상 늘었다. 90여개국에 수출하며 수출 비중은 68%다.

코나아이의 경쟁력은 연구개발(R&D)에 있다. 전체 임직원 500명 중 개발 인력이 200명에 달한다. 조 부회장은 “기술연구소가 한국과 방글라데시 중국 등 전 세계에 세 곳”이라며 “영어가 능통한 엔지니어들은 방글라데시 연구소에서 영어권 국가를 맡고, 중국 연구소는 중국 시장만 전담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코나아이의 회장 자리는 비어 있다. 조 부회장은 “나보다 더 유능한 경영자를 모실 때까지 공석으로 남겨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