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김영란법 등의 여파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며 "성장률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0.1%포인트 내려잡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7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만장일치' 동결했다.

이 총재는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금융경제시장이 큰 영향을 받았다"며 "급속한 조정 과정을 거치고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지만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의 무역 연계성 측면에서 국내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지속돼 세계경제 둔화를 이끌 경우 국내 경제에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는 없으나, 성장의 하방 위험으로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김영란법이 미치는 영향도 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의 적용범위가 넓고 처벌조항도 강화돼 있어, 정착과정에서 일부 업종과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다만 현재 보안책이 논의중이므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선 "아직은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리스크는 충분하다"며 "필요하다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보복성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몇 가지 경우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감을 드러냈다. 주택거래 증가, 분양시장 호조, 대출금리 하락 등과 맞물려 가계대출은 당분간 예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부채 부작용 등 금융불균형에 대해 우려했다"며 "그러나 경기회복세 미약, 저물가 등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는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정책은 편의만 있는게 아니라 비용을 수반하게 돼 있다"며 "정부, 금융당국 등과 함께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총재는 금리인하 후 그 효과가 원활히 작동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를 낮춘 게 지난달 9일인데 이후 장단기 시장금리나 여수신금리 보면 상당 폭 하락했다"며 "금리 인하의 일차적인 금리 파급경로는 원활히 작동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