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국 과학자 살아있는 세포로 로봇 만들다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계 최초 쥐 심근세포 이용한 '로봇 가오리' 개발…생체형 인공심장 기대

    미국 하버드대 박성진 연구원 주도
    빛따라 속도·방향 바꾸고 물속 포도당이 에너지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게재…"생체모방·광유전학 결합된 역작"
    박성진 연구원(좌)·최정우 교수(우)
    박성진 연구원(좌)·최정우 교수(우)
    한국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한·미 공동 연구진이 살아있는 동물세포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등장하던 생명체에 가까운 로봇 개발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위스 생체영감공학연구소의 박성진 연구원과 케빈 파커 교수, 최정우 서강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빛을 쬐면 수축하는 쥐의 심근세포에서 추진력을 얻어 물속을 헤엄치는 로봇 가오리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 연구원은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속도와 방향까지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도 연구 성과에 주목해 “동물 행동을 모방하는 생체모방 공학과 세포를 빛으로 조절하는 광(光)유전학 기술을 결합해 만든 역작”이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했다.
    한국 과학자 살아있는 세포로 로봇 만들다
    사이언스 표지에 실린 ‘로봇 가오리’
    사이언스 표지에 실린 ‘로봇 가오리’
    바다에 사는 가오리는 지느러미 근육이 순차적으로 수축했다가 펴지면서 헤엄을 친다. 연구진은 쥐의 심장 근육을 구성하는 심근세포를 일렬로 배치해 전기 자극을 주면 가오리 지느러미와 비슷한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심근세포가 전기자극 대신 파란빛에 반응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다. 파란빛을 감지한 심근세포에선 근육 수축과 이완에 관여하는 칼슘이 나오고, 점차 자극이 다른 심근세포로 전달되면서 지느러미처럼 움직이는 원리다.

    연구진은 쥐의 심근세포와 가슴성형 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으로 가오리 로봇의 몸체를, 금으로 로봇 뼈대를 제작했다. 몸통과 지느러미를 합친 체반 크기가 16㎜, 몸길이 21㎜, 무게 10㎎인 이 로봇 가오리는 파란빛을 따라 1초에 최대 3.2㎜까지 헤엄친다. 이 로봇은 파란빛이 항상 켜져 있을 때보다 1초에 1.5~2번 깜박일 때 가장 빨리 헤엄친다. 빛만 있어도 1주일가량 작동할 수 있고, 물에 포도당이 섞여 있으면 에너지를 계속해서 공급받아 헤엄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전에도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인공 해파리나 걷는 로봇을 개발했지만, 방향을 틀거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정식으로 ‘로봇’으로 불리지 못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세포로 인공 심장을 만드는 연구를 하다가 이 로봇을 개발했다. 아이디어는 교신저자인 파커 교수가 냈다. 그는 “일곱 살짜리 딸과 수족관에 갔다가 가오리를 직접 만져보고 가오리의 근육이 심장 박동과 비슷하게 운동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핵심 연구는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들이 주도했다.

    제1저자인 박 연구원은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장학회 지원으로 스탠퍼드대로 유학, 전자공학 석사와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하버드대에서 생체모방 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생체조직과 기계가 연결된 바이오 로봇 개발도 가능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기계나 전자부품을 쓰지 않고 작동하는 로봇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최정우 서강대 교수와 박경수 박사과정생은 서강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협력 사업인 서강-하버드질병바이오물리연구센터 소속으로, 가오리 로봇이 가라앉지 않고 물에 계속 떠 있도록 설계했다. 박설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뇌를 투명하게 만드는 투명뇌와 광유전학 창시자인 칼 다이서로스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실 출신으로, 심근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하는 바이러스를 제공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속보] 이노스페이스 발사 시도 중단…"향후 재시도 날짜 결정"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20일 발사 예정이던 발사체 '한빛-나노' 발사 시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노스페이스에 따르면 발사체 2단 연료인 액체 메탄 탱크 충전용 밸브와 관련해 기술적 ...

    2. 2

      정부가 밀어주는 투자상품?…'개인국채' 이렇게 바뀐다 [남정민의 정책레시피]

      국채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식은 기업의 실적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변동성이 크죠. 그에 비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투자 수단이 채권입니다. 이자에 더해 원금도 보장될...

    3. 3

      "테슬라의 2018년 머스크 보상안은 합법"…200조원대 보상 부활

      테슬라가 2018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대규모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보상안이 법원 판결로 회복됐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