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서 나란히 4·5위…올해 50%대 출하 증가 예측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 '오포'(Oppo)와 '비보'(VIVO)가 약진하면서 시장 판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7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조사 결과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오포가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샤오미를 제치며 4위를 차지했다.

지난 분기까지만 해도 4위를 지켰던 샤오미는 점유율 14.6%로 5위로 밀려났다.

매출을 기준으로 봐도 오포는 점유율 4.1%로 4위에 올랐고, 비보는 그 뒤를 이어 2.8%로 5위에 올랐다.

이들 브랜드의 약진은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3.0%(판매 대수 기준) 쪼그라든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두드러진다.

중국 시장 내에서의 성적은 더 눈에 띈다.

SA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출하 대수 기준)는 화웨이가 지켰지만 2위는 오포(12.5%), 3위는 샤오미(12.1%), 4위는 비보(11.8%)였다.

1∼4위를 중국 업체가 싹쓸이한 것이다.

글로벌 플레이어인 애플과 삼성은 각각 5, 6위에 머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29%, 오포는 54%, 비보는 48%의 출하량 증가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50% 가까운 판매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오포와 비보는 브랜드는 다르지만 모두 BBK의 자회사로 화웨이, ZTE 등에 이은 2세대 업체로 분류된다.

1세대들이 시장 진입 초기 가성비를 무기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가성비에 기술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오포의 경우 3월 1천6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50만원대 스마트폰 'R9'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5.5인치 풀HD(고해상도) 디스플레이, 4GB 메모리 등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췄다.

비보도 비슷한 시기 세계 최초로 6GB 메모리를 장착한 '엑스플레이5'를 70만∼80만원대 가격에 내놨다.

정해식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오포·비보 등 2세대 업체들의 경쟁력의 핵심은 가성비"라며 "삼성이나 애플급 사양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절반의 가격에 파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20대 여성' 등으로 타깃을 특정하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도 한몫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모회사가 같으면서 브랜드를 달리한 것도 시장을 분할해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마케팅에서도 샤오미와는 차별화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샤오미는 광고를 자제하고 온라인 판매와 입소문 마케팅에 의존했지만 오포·비보는 광고에도 적극적이다.

오포는 2009년 슈퍼주니어를 광고모델로 쓴 바 있고, 비보는 4월 한류스타 송중기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비보는 또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 자사 제품을 간접광고(PPL)로 노출하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이들이 제2, 제3의 화웨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