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6년 실패한 공공 파운드리 시행착오 또 반복하나
공공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으로 1405억원을 날린 정부가 비슷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파워반도체 파운드리에 대한 얘기다. 파워반도체는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하는 소재로, 전기자동차 등에 이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 등은 파워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를 부산 기장군에 짓기로 하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예산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전체 2092억원 중 민간이 출자하는 3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산업부와 부산시가 댄다.

문제는 이미 정부가 파운드리 설립에 나섰다가 처참히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2006년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주도로 설립된 인천 송도의 지멤스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맡았던 진 전 장관은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 사업에 국민 세금 1405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멤스는 2011년부터 4년 동안 513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파운드리를 설립하겠다며 사들인 장비는 연 100억원의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나노기술원 등에 무상증여했다. 지멤스 운영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장비 규모가 영세했고, 높은 수준의 기술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게 실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멤스가 겪은 문제는 산업부와 부산시가 추진 중인 파워반도체 파운드리 설립 과정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400억여원에 불과한 설비 구입비가 단적인 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워반도체 양산비용이 적게 들어간다지만, 설비투자 비용으로 최소한 300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인당 평균 4000여만원에 불과한 인건비도 문제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연봉을 9500만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일반 직원 연봉은 3000만원 전후로 묶인다. 공정 효율의 핵심인 우수 기술인력을 채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전에 있는 나노팹 등 기존 반도체 연구시설과 파운드리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파운드리를 짓겠다는 건 공무원들의 실적 쌓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