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폭탄' 부과 후 주먹구구 감액…신뢰 잃은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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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징계·주의조치 요구
10건 중 7건에 "중대한 위반"
3년여간 5.2조 부과했다가 절반 넘는 2.9조 깎아줘
10건 중 7건에 "중대한 위반"
3년여간 5.2조 부과했다가 절반 넘는 2.9조 깎아줘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한 뒤 근거 없이 깎아주는 등 원칙 없는 행정을 펼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특히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해 과징금을 깎아주거나 동일한 사유로 중복 감경해준 것으로 드러나 과징금 부과의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9일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를 감사해 16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2명에게 징계, 5명에게는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공정위는 5조2417억원의 기본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세 차례의 조정 과정을 거쳐 55.7%인 2조9195억원을 감면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과징금은 관련 매출에 위반행위의 경중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한다. 공정위는 695개 사업자 가운데 70.7%인 466개 사업자에 위반 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며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처럼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세 차례 조정 과정을 통해 자의적으로 과징금을 깎아줬다. 공정위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과징금 감액 기준을 적용해 감사원으로부터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이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 내용, 기간, 부당이익 규모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시행령을 통해 법에는 없는 현실적 부담 능력, 시장 여건 등을 감액 이유로 추가했다. 이러다 보니 과징금 감면액이 50%를 넘는 사업자가 171개(24.6%)에 달했다.
감액 기준도 모호했다. 공정위는 A사에 대해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이유로 과징금 80%(42억원)를 깎아줬으나 같은 사건에서 똑같이 적자를 기록한 다른 5개사는 감면해주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 7개 사업자는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10% 감액해주면서 1개 기업은 같은 중소기업임에도 감액 대상에서 제외했다. B건설사에 대해서는 과거 3년간 담합 횟수가 3회라는 이유로 1차 조정 과정에서 20%를 증액했다가 3차 조정에서는 ‘현실적 부담능력 부족’을 이유로 90%(626억원)를 감액해주는 등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다. 이 밖에 건설업 경기실사지수(BSI)가 69.8이던 2014년에는 ‘건설경기 위축’을 이유로 21개 업체에 과징금 10%를 감액해줬는데 지수가 101.3을 나타내며 건설경기가 나아진 2015년 7월에도 같은 이유로 5개 건설업체에 10%를 깎아줬다.
감사원은 또 공정위가 2012년부터 3년간 개최한 전원회의 사건 644건 가운데 과징금 50억원 이상 사건 56건에 대해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과징금 부과 절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감사원이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공정위는 5조2417억원의 기본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세 차례의 조정 과정을 거쳐 55.7%인 2조9195억원을 감면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과징금은 관련 매출에 위반행위의 경중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한다. 공정위는 695개 사업자 가운데 70.7%인 466개 사업자에 위반 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며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처럼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세 차례 조정 과정을 통해 자의적으로 과징금을 깎아줬다. 공정위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과징금 감액 기준을 적용해 감사원으로부터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이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 내용, 기간, 부당이익 규모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시행령을 통해 법에는 없는 현실적 부담 능력, 시장 여건 등을 감액 이유로 추가했다. 이러다 보니 과징금 감면액이 50%를 넘는 사업자가 171개(24.6%)에 달했다.
감액 기준도 모호했다. 공정위는 A사에 대해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이유로 과징금 80%(42억원)를 깎아줬으나 같은 사건에서 똑같이 적자를 기록한 다른 5개사는 감면해주지 않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 7개 사업자는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10% 감액해주면서 1개 기업은 같은 중소기업임에도 감액 대상에서 제외했다. B건설사에 대해서는 과거 3년간 담합 횟수가 3회라는 이유로 1차 조정 과정에서 20%를 증액했다가 3차 조정에서는 ‘현실적 부담능력 부족’을 이유로 90%(626억원)를 감액해주는 등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다. 이 밖에 건설업 경기실사지수(BSI)가 69.8이던 2014년에는 ‘건설경기 위축’을 이유로 21개 업체에 과징금 10%를 감액해줬는데 지수가 101.3을 나타내며 건설경기가 나아진 2015년 7월에도 같은 이유로 5개 건설업체에 10%를 깎아줬다.
감사원은 또 공정위가 2012년부터 3년간 개최한 전원회의 사건 644건 가운데 과징금 50억원 이상 사건 56건에 대해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과징금 부과 절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