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공연문화 침체일로…코미디 프로그램도 외면
신인 '등용문'은 가로막혀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영향력이 막강해진 이들의 뒤를 받쳐줄 신인 발굴은 미흡하다는 게 방송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희극인 출신 방송인이 예능과 교양을 넘나들며 메인 MC와 게스트, 패널 등으로 각광받는 비결은 공연장에서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 기회가 왔을 때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발휘하는 준비성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케이블 채널 등에서 활약 중인 희극인 출신은 대부분 공중파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데뷔 전 서울 대학로와 홍대 등 소규모 공연장을 중심으로 코미디와 콩트에서 재치와 입담, 연기력을 수련하며 내공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연장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신인이 TV를 통해 발탁되는 피라미드형 시스템에서 스타로 발굴됐다는 얘기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소극장 코미디 공연물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신인 발굴의 가장 큰 악재다. 공연 관계자는 “소극장 공연이 활발한 대학로와 홍대에서조차 코미디 공연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투잡’을 뛰며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는 무명 또는 예비 희극인도 많다. 희극인 지망생 A씨는 “경험을 쌓을 공연도 줄고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조차 시청자와 방송사에서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방송 출연만 목 빼고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신인 발굴의 등용문이던 공중파 3사 코미디 프로그램 실정을 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2000년대 중반까지 시청률 20%를 넘으며 인기를 구가한 KBS ‘개그콘서트’는 최근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5%대 시청률에 머물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전통 코미디 프로그램을 폐지한 MBC는 지난달 희극인실 자체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 발굴을 위해 다양한 거리 공연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7년 ‘개그콘서트’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대사로 첫선을 보인 넌버벌(무성) 개그팀 ‘옹알스’는 같은 해 방송계를 떠나 소극장 공연에 매달렸다. TV로는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웃음코드’를 연구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 2010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길거리 공연을 시작한 옹알스는 영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열린 각종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석권하고, ‘K코미디’를 앞세워 현지 극장과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이유 있는 도전을 깊이 새겨봐야 할 때다.
유정우 문화스포츠부 차장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