숍라이트클래식에 출전한 최나연(왼쪽 사진)이  러프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오른쪽 사진)가 18번홀에서 챔피언 파 퍼트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숍라이트클래식에 출전한 최나연(왼쪽 사진)이 러프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오른쪽 사진)가 18번홀에서 챔피언 파 퍼트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한국(계)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개 대회 중 10개를 휩쓸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싹쓸이 ‘K랠리’가 재현되는 듯했다. 현지 동포 사이에서 “독식이 계속되면 반한(反韓) 감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우승 소식은 되레 가물가물하다. 지난달 2일 신지은(24·한화)의 아메리카텍사스슛아웃 제패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무관(無冠)’의 K골프다. 5월의 우승 가뭄이 세 개의 메이저 대회가 몰려 있는 6월과 7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개 대회 연속 ‘들러리’ 신세

벌써 4개 대회째 우승컵을 놓쳤다. 지난달 열린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과 킹스밀챔피언십, 볼빅챔피언십을 연달아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에게 내줬다. 6일 끝난 숍라이트클래식 우승컵도 17언더파를 친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에게 돌아갔다. 올 시즌 우승자 중 최연장자(28세)인 그는 3승을 노리던 한국계 노무라 하루(24·한화)를 1타 차로 제치고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통산 10승을 노린 최나연(29·SK텔레콤)은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2위로 최종일을 맞은 최나연은 기분 좋게 첫 홀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 추격의 고삐를 조였다. 하지만 4번홀 보기에 이어 5번홀 더블 보기, 6번홀 보기 등 세 홀에서 한꺼번에 4타를 잃는 바람에 힘을 잃었다. 17번홀에서 버디 1개를 추가했지만 이미 노르드크비스트와는 8타 차가 났다. 9언더파 공동 11위. 지난해 6월 월마트아칸사스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9승을 올린 최나연은 이후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만 세 번 들었을 뿐 10승 사냥에는 실패했다. 김인경(28·한화)이 이날 3타를 줄이는 분전 끝에 10언더파 공동 6위로 한국 선수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려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잇따른 부상 악재에 K골프 ‘휘청’

한국 선수들은 5월 첫 대회인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과 두 번째 대회인 킹스밀챔피언십에서는 세계 최강답게 우승 다툼에 가세했다. 양희영(27·PNS)과 김세영(23·미래에셋)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어 열린 볼빅챔피언십과 숍라이트클래식에서는 5위권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맥이 빠진 모습이다.

박인비(28·KB금융그룹) 장하나(24·비씨카드)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잇따라 부상 악재에 시달리면서 외국 선수들에게 틈새를 만들어줬다는 게 골프계의 분석이다. 박인비는 부상 치료 한 달 만에 출전한 킹스밀챔피언십과 볼빅챔피언십을 경기 도중 포기했다. 다 나은 줄 알았던 손가락 부상이 도졌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을 올리며 기세를 올린 장하나 역시 스트레스 증세로 4월 스윙잉스커츠 대회 기권 이후 지금까지 개점휴업이다. 슈퍼 루키 전인지(22·하이트진로)도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올 시즌 초반 준우승 세 번, 3위 한 번을 기록했던 전인지는 지난 4월 스윙잉스커츠클래식 27위 이후 우승권인 5위 이내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임경빈 프로(JTBC 해설위원)는 “한국 골프의 최대 전력인 박인비와 장하나, 전인지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앞으로의 LPGA 지배 구조를 바꿀 관건”이라며 “메이저 대회가 몰려 있는 6월 말부터 7월까지가 (K골프 부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