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에 골프공을 그대로 두면 썩는다니까. 거리가 안 나요!” “10년 지난 거 창고에서 꺼내 썼는데 거리만 잘 나더구먼!”

주말 골퍼 사이에 때아닌 골프공 수명 논란이 한창이다. 잔디로가 이달 초 생산연월 표시 제품을 국내에 처음 출시하면서다. “골프공에도 성능을 제대로 내는 유효기한이 있으니 ‘신선한 공’인지를 확인해 쓰라”는 게 이 회사의 권고다. 플라스틱 소재인 골프공에도 유효기한, 또는 유통기간이 있을까.

답은 ‘유통기간을 말하기가 힘들다’에 가깝다. 제조기술 발달로 공의 수명이 워낙 길어진 덕분이다. 김태훈 타이틀리스트 팀장은 “포장한 상태로 햇빛과 습기를 차단한 채 상온에 보관할 경우 4~6년 정도는 기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상 지나면 표면 소재인 아이오노머(합성플라스틱)와 내부 소재인 폴리부타디엔 코어(합성고무)가 자연분해된 비중이 높아지면서 탄성이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주말 골퍼들이 감지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선물받은 공을 10년이 지난 뒤 포장을 뜯어 써도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골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계절적 특성에 따른 성능 감소에 더 주목한다. 여름엔 높은 습도와 강한 햇빛이 문제다. 물 입자가 공 속으로 침투하는 빈도가 높아 가수분해가 자주 일어나고, 강한 햇빛으로 광분해도 빨라져 공 특유의 반발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홍유석 볼빅연구소 소장은 “골프공과 같은 소재를 쓰는 차량용 타이어와 물성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노진구 잔디로 대표는 “새 골프공도 시간이 지나면 코어의 화학적 결합조직이 느슨해져 비거리가 줄게 돼 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공은 모두 생산 시점을 표기하지 않아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며 “소비자들이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공 표면에 생산 시점을 인쇄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