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롯데그룹…호텔롯데 상장·잠실면세점 승인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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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전방위적인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거쳐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로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면세점 입점 로비, 홈쇼핑 중징계 등 여러 사건과 의혹에 휘말리면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롯데 임직원들은 6월말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11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 등 그룹 미래를 좌우할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잇단 악재들이 혹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 검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혹 수사 급물살
검찰은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 6∼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인력 10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협력사 입점 계약서, 회계장부, 거래일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 측이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위해 신 이사장을 비롯한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대표측 브로커로 지목된 한모(58)씨 등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대표도 최근 검찰에서 금품 로비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운영 과정에서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정 대표에게서 수십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롯데는 일단 말을 아끼고 신 이사장과의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여전히 네이처리퍼블릭이 2012년 당시 이미 주요 면세점에 모두 입점한 유명 브랜드였기 때문에 굳이 정 대표나 한 씨 등이 거액을 들여 로비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대형 비리 사건에 직접적으로 롯데면세점과 오너가(家) 일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만으로도 롯데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검찰은 롯데 측이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도 수사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최근 롯데가 의혹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파기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혐의도 수사할 방침이다.
◆ 6월 호텔롯데 상장, 11월 잠실면세점 승인 '안갯속'
지난해 11월 이른바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전'에서 롯데는 연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르는 잠실점(월드타워점)을 잃었고, 지난 4월 말 관세청의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방침 확정으로 겨우 오는 11월께 면세점 운영권(특허) 재승인을 통한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만약 향후 검찰 수사 결과,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이나 운영 과정에서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잠실면세점 재승인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에서 감점이나 부정적 평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6월말 상장을 앞둔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도 함께 깎여 최악의 경우 공모가가 예상 범위(10만원 안팎)를 크게 밑돌거나 공모 흥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롯데면세점 외 마트와 홈쇼핑 등 계열사들이 최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롯데로서는 뼈 아픈 부분이다.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판매했는데, 이를 사용한 소비자 가운데 수 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일 오후 노병용(65) 롯데물산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노 대표에게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경위 등을 캐물었다. 롯데마트는 안전성 검사를 포함해 제품 개발·제조 등 업무 일체를 미국계 자체브랜드(PB) 전문 컨설팅사인 데이먼에 맡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노 대표 등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한 롯데마트 측 관계자들도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한 과실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롯데홈쇼핑이 미래과학부로부터 '9월 28일 이후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전대미문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납품 업체의 도미노 피해 등 파급 효과 등의 측면에서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가 기본적으로 재승인 과정에서 '비위 임원 정보'라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롯데홈쇼핑의 '무신경'에서 비롯됐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거쳐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로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면세점 입점 로비, 홈쇼핑 중징계 등 여러 사건과 의혹에 휘말리면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롯데 임직원들은 6월말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11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 등 그룹 미래를 좌우할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잇단 악재들이 혹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 검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혹 수사 급물살
검찰은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 6∼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인력 10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협력사 입점 계약서, 회계장부, 거래일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 측이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위해 신 이사장을 비롯한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대표측 브로커로 지목된 한모(58)씨 등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대표도 최근 검찰에서 금품 로비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운영 과정에서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정 대표에게서 수십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롯데는 일단 말을 아끼고 신 이사장과의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여전히 네이처리퍼블릭이 2012년 당시 이미 주요 면세점에 모두 입점한 유명 브랜드였기 때문에 굳이 정 대표나 한 씨 등이 거액을 들여 로비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대형 비리 사건에 직접적으로 롯데면세점과 오너가(家) 일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만으로도 롯데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검찰은 롯데 측이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도 수사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최근 롯데가 의혹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파기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혐의도 수사할 방침이다.
◆ 6월 호텔롯데 상장, 11월 잠실면세점 승인 '안갯속'
지난해 11월 이른바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전'에서 롯데는 연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르는 잠실점(월드타워점)을 잃었고, 지난 4월 말 관세청의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방침 확정으로 겨우 오는 11월께 면세점 운영권(특허) 재승인을 통한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만약 향후 검찰 수사 결과,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이나 운영 과정에서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잠실면세점 재승인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에서 감점이나 부정적 평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6월말 상장을 앞둔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도 함께 깎여 최악의 경우 공모가가 예상 범위(10만원 안팎)를 크게 밑돌거나 공모 흥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롯데면세점 외 마트와 홈쇼핑 등 계열사들이 최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롯데로서는 뼈 아픈 부분이다.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판매했는데, 이를 사용한 소비자 가운데 수 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일 오후 노병용(65) 롯데물산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노 대표에게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경위 등을 캐물었다. 롯데마트는 안전성 검사를 포함해 제품 개발·제조 등 업무 일체를 미국계 자체브랜드(PB) 전문 컨설팅사인 데이먼에 맡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노 대표 등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한 롯데마트 측 관계자들도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한 과실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롯데홈쇼핑이 미래과학부로부터 '9월 28일 이후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전대미문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납품 업체의 도미노 피해 등 파급 효과 등의 측면에서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가 기본적으로 재승인 과정에서 '비위 임원 정보'라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롯데홈쇼핑의 '무신경'에서 비롯됐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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