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지연에 '발목'…한국 경쟁력 8년 만에 최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 성과 부진이 순위 추락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30일 ‘국가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내고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네 단계 떨어진 29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31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역대 최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41위였다.

지지부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발목을 잡았다.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1년 새 35위에서 51위로 16단계 하락했다. 노동 부문을 포함한 기업 효율성 순위도 37위에서 48위로 11단계 급락했다. 경제 성과 부문 역시 15위에서 21위로 떨어지며 전체 순위를 갉아먹었다. 반면 정부 효율성 부문은 28위에서 26위로 상승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연금 제도가 개선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IMD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평가에서 1위는 홍콩이 차지했다. 전년보다 한 단계 올랐다. 작년 1위였던 미국은 3위로 떨어졌다. 일본은 한 단계 오른 26위, 중국은 세 단계 하락한 22위를 기록했다.

노동 경쟁력 35위→51위 추락 '최하위권'

노동개혁 지연에 '발목'…한국 경쟁력 8년 만에 최저
국가경쟁력이 네 단계 하락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노동시장의 효율성 저하다. 전체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하위권(51위)에 속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확대 지연 등 노동시장 개혁이 더딘 탓이 컸다”고 설명했다. 세부항목 가운데 △노사 관계(57→59위) △근로자에 대한 동기부여(54→59위) △숙련노동자 확보(23→48위) △고숙련 외국인 유인 정도(37→46위)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도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혔다. ‘기업윤리 실천 정도’가 39위에서 58위로 떨어졌고, ‘고객만족 중요시 정도’는 14위에서 46위로 급락했다. 기업 효율성 부문 중 ‘태도 및 가치’ 순위가 29위에서 38위로 하락한 원인이다.

경제성장률이 2014년 3.3%에서 지난해 2.6%로 떨어지면서 경제성과 부문 순위도 14위에서 26위로 하락했다. 취업자 증가율도 같은 기간 2.1%에서 1.3%로 낮아져 순위가 15위에서 32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경제성과 분야에서 국내 경제 부문 순위는 전년보다 6단계 떨어진 18위를 기록했다. 국제 투자 부문도 지지부진하면서 같은 기간 32위에서 35위로 떨어졌다. IMD는 매년 경제지표 등의 비교가 가능한 6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기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