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용선료 20~25% 인하"
목표였던 28%에는 못미칠듯
30일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사 5곳과 용선료 인하 수준과 인하 방식 등에 합의하고, 이번주 기존 용선 계약을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벌크선사 17곳에 용선료 인하 폭에 대한 최종 의견을 전달한 뒤 다음달 3일까지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해외 선사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용선료 조정에 의미 있는 진척을 이뤘다”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에) 큰 진전이 있다”며 “해외 컨테이너선사들과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합의했고 세부 조건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벌크선주사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는 다음주 초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31일과 다음달 1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용선료 협상 경과를 설명하고 채무재조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채권단 "혼인 서약만 기다려"
해외 선주사들과의 협상이 순항 중인 가운데 관심은 용선료 인하 폭에 쏠린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에 대해 함구 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 진행 상황을 “결혼식 날짜와 장소는 잡았지만 혼인 서약(용선 계약서 수정)이 남아 있는 단계”라며 “혹시라도 잘못된 루머로 파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용선료 인하 폭이 미리 노출될 경우 자칫 타결 직전에 이른 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전체 용선료(향후 3년6개월간 2조5000억원)의 20~25%가량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맨 처음 목표로 잡았던 ‘28.4% 인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에 대해 “상대방이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전량 반영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목표를 높게 잡았던 건 고도의 협상 전략”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과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 방안을 양해각서(MOU)와 같은 문서로 체결한 후 빠르면 이달 말까지 기존 용선 계약을 변경할 계획이다.
용선료를 20~25% 낮추면 현대상선은 향후 3년6개월간 5000억원(20%)에서 6250억원(25%)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용선료 인하 방식은 해외 선주사들이 전체 채무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의 채무는 5년 거치 후 5년 분할상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진척이 없던 용선료 협상이 마지막 순간 급물살을 탄 건 용선료 인하에 가장 반대했던 영국계 선주 조디악이 협상에 응하고 나서부터다. 선박금융을 통해 세계 4위권 해운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조디악은 지난 18일 국내에서 열린 현대상선과 컨테이너선 선주사 간 단체협상에 불참하는 등 용선료 인하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조디악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는 정부 측의 강경한 의사를 확인한 뒤 용선료 인하 방안에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이태명/안대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