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발족한 치매DTC융합연구단(단장 배애님·오른쪽 세번째) 소속 연구원들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실험실에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KIST 제공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발족한 치매DTC융합연구단(단장 배애님·오른쪽 세번째) 소속 연구원들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실험실에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KIST 제공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학협력연구동 4층의 한 실험실. KIST의 한 연구원이 치매에 걸리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초파리와 제브라 피시의 뇌 표본을 살펴보고 있었다. 실험실 한쪽에선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이 천연물에서 추출한 치매 치료물질을 분석하고 있었다.

각각 맡은 연구 분야는 다르지만 이 실험실엔 벽이 없다. 이들은 모두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치매DTC(진단치료관리)융합연구단 소속 연구원이다. 배애님 단장은 “연구회에 소속된 KIST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4개 출연연구소에서 파견한 20명의 연구자가 함께 근무하며 치매 예측부터 노인 치매 환자 관리에 관한 융합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 생체신호로 치매기술 개발

최지현 KIST 책임연구원과 전홍우 KISTI 선임연구원은 치매 환자의 뇌파 등 생체신호를 분석해 치매를 조기 예측하고 치료제 효능을 확인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의 뇌 기능이 떨어지면 뇌 영역에 따라 건강할 때와 다른 뇌파가 나온다. 치매 환자는 눈의 동공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움직임도 정상인과 차이가 난다. 연구진은 치매 환자의 뇌파와 동공, 목소리, 걸음걸이, 심박수 등 생체신호와 병원 기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치매 환자의 진행 단계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생체신호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한 결과다.

전 선임연구원은 “치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춰 환자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스마트시계나 뇌파를 측정하는 모자를 쓰면 즉석에서 치매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6년 안에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단백질 대신 비신경세포와 타우 단백질 응집을 조절하는 새로운 목표를 겨냥한 치매 치료제 3종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치매 예측 기술과의 융합연구를 통해 일반적으로 10년 넘게 걸리는 치료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까지 치매 예측 기술 상용화

한국은 2026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030년엔 전체 국민의 9.6%인 122만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10년 가까이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치매 예측과 치료제 개발 연구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연구원별로 기능과 인력이 쪼개져 있다 보니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치매DTC융합연구단은 그간 연구원별로 흩어져 있던 인력과 기능을 한데 모아 치매 분야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출범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 의과대학을 비롯해 연세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등 대학과 와이브레인,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퓨처로봇, 로보로보 등 기업도 힘을 보탰다. 이 연구단은 6년만 유지되는 일몰형으로 운영된다. 배 연구단장은 “융합연구단은 2021년까지 기업이나 병원에 이전 가능한 수준의 성과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단은 반드시 얼굴을 맞대고 하는 연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밀접한 접촉을 통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치매 치료제 개발과 로봇 기술의 결합을 기대하고 있다. 연구단에서 치매 노인을 위한 라이프케어로봇을 개발하는 박성기 KIST 책임연구원은 “로봇이 수집한 치매 환자의 증상 정보는 특정한 증상을 완화하는 맞춤 치료제 개발과 치매 환자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