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의 비상장사] 몰래 돈 빌리고 싶은 고신용자들이 러시앤캐시의 '숨은 고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7)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사채·제도권 금융 틈새공략…고객 20%가 1~4등급 신용자
이익잉여금 10년만에 1조 돌파
벤치마킹 대상된 대출시스템, 상환의지 평가…가중치 부여
고객 행동·표정도 고려해 대출
금리인하 압박, 해외진출로 타개…인도네시아 등 현지 금융사 인수
"중국·폴란드서 성장스토리 쓸 것"
사채·제도권 금융 틈새공략…고객 20%가 1~4등급 신용자
이익잉여금 10년만에 1조 돌파
벤치마킹 대상된 대출시스템, 상환의지 평가…가중치 부여
고객 행동·표정도 고려해 대출
금리인하 압박, 해외진출로 타개…인도네시아 등 현지 금융사 인수
"중국·폴란드서 성장스토리 쓸 것"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의 정식 법인명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다. 러시앤캐시라는 브랜드가 워낙 많이 알려져 회사 측도 러시앤캐시라고 쓰는 기자들에게 굳이 사명 수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회사만큼 양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도 드물다. ‘고금리로 서민들을 울리는 업체’라는 비판과 ‘금융 틈새시장을 파고든 혁신기업’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업의 본질은 버스 아닌 비싼 택시”
국내 많은 금융회사가 존립의 위기를 호소할 만큼 영업환경이 악화된 지난 10여년간 ‘나홀로’ 성장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러시앤캐시를 포함해 총 8개 계열사로 이뤄진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윤 회장은 사채업과 제도권 금융회사의 틈새 대출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1990년대 초 일본 주요 도시에 ‘신라관’이라는 한정식집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인들이 얕잡아보던 ‘야키니쿠’(내장 등을 섞은 한국식 불고기)를 세련된 매장에서 파는 ‘역발상’이 적중했다. 최 회장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9년. 수중에 있던 200억원의 자본금을 밑천으로 대부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2년 대부업체 원캐싱을 설립했고, 2004년 일본 대부업체 A&O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이 무렵 국내에서 ‘러시앤캐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싼 버스보다 비싼 택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환능력이 충분한 고객에게 빠르고 편리한 대출 서비스를 한다는 것. 최 회장은 신용대출이 생소하던 시절 30억원의 돈을 투자해 미국 최대 신용정보평가회사인 파이코의 신용평가시스템도 도입했다.
대부업체는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저신용자들이 이용한다는 편견과 달리 러시앤캐시를 이용하는 고객 중 신용등급 1~4등급의 고신용자 비중이 약 20%에 달한다. 대부업 고객신용정보(CB)는 다른 금융회사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고신용자들이 러시앤캐시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급전이 필요한 주부나 사회초년생 여성도 주고객이다. 그동안의 경영실적은 눈부시다.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2004년 창립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다. 2006년 269억원에 불과하던 이익잉여금은 올 들어 1조원을 돌파했다. ◆해외에서도 통할까
신용대출 시스템도 다른 금융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고객의 표정과 행동 등 정성적 요인까지 대출심사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러시앤캐시의 약진을 발판으로 제도권 금융업계에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9월 ‘9전10기’의 도전 끝에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던 예나래와 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해 오케이저축은행을 출범시킨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러시앤캐시의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한 오케이저축은행은 인수 당시 4862억원에 불과하던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을 넘기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2위 수준이다.
하지만 러시앤캐시와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처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연 34.9%의 법정 최고금리가 27.9%까지 줄어든 것이 부담이다. 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최 회장이 해외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중국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과 폴란드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도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연내 진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폴란드 법정 최고금리는 연 66%에 달한다”며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연체율만 제대로 관리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앤캐시의 또 다른 고민은 ‘일본계’라는 주홍글씨다. 야쿠자가 배후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최 회장은 이런 소문 때문에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3대 사법기관에서 조사까지 받았다. 저축은행명을 오케이(OK)라고 짓고 ‘오리지널 코리안’이라는 의미를 넣은 것은 최 회장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업의 본질은 버스 아닌 비싼 택시”
국내 많은 금융회사가 존립의 위기를 호소할 만큼 영업환경이 악화된 지난 10여년간 ‘나홀로’ 성장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러시앤캐시를 포함해 총 8개 계열사로 이뤄진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윤 회장은 사채업과 제도권 금융회사의 틈새 대출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1990년대 초 일본 주요 도시에 ‘신라관’이라는 한정식집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인들이 얕잡아보던 ‘야키니쿠’(내장 등을 섞은 한국식 불고기)를 세련된 매장에서 파는 ‘역발상’이 적중했다. 최 회장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9년. 수중에 있던 200억원의 자본금을 밑천으로 대부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2년 대부업체 원캐싱을 설립했고, 2004년 일본 대부업체 A&O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이 무렵 국내에서 ‘러시앤캐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싼 버스보다 비싼 택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환능력이 충분한 고객에게 빠르고 편리한 대출 서비스를 한다는 것. 최 회장은 신용대출이 생소하던 시절 30억원의 돈을 투자해 미국 최대 신용정보평가회사인 파이코의 신용평가시스템도 도입했다.
대부업체는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저신용자들이 이용한다는 편견과 달리 러시앤캐시를 이용하는 고객 중 신용등급 1~4등급의 고신용자 비중이 약 20%에 달한다. 대부업 고객신용정보(CB)는 다른 금융회사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고신용자들이 러시앤캐시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급전이 필요한 주부나 사회초년생 여성도 주고객이다. 그동안의 경영실적은 눈부시다.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2004년 창립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다. 2006년 269억원에 불과하던 이익잉여금은 올 들어 1조원을 돌파했다. ◆해외에서도 통할까
신용대출 시스템도 다른 금융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고객의 표정과 행동 등 정성적 요인까지 대출심사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러시앤캐시의 약진을 발판으로 제도권 금융업계에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9월 ‘9전10기’의 도전 끝에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던 예나래와 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해 오케이저축은행을 출범시킨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러시앤캐시의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한 오케이저축은행은 인수 당시 4862억원에 불과하던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을 넘기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2위 수준이다.
하지만 러시앤캐시와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처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연 34.9%의 법정 최고금리가 27.9%까지 줄어든 것이 부담이다. 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최 회장이 해외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중국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과 폴란드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도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연내 진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폴란드 법정 최고금리는 연 66%에 달한다”며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연체율만 제대로 관리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앤캐시의 또 다른 고민은 ‘일본계’라는 주홍글씨다. 야쿠자가 배후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최 회장은 이런 소문 때문에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3대 사법기관에서 조사까지 받았다. 저축은행명을 오케이(OK)라고 짓고 ‘오리지널 코리안’이라는 의미를 넣은 것은 최 회장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