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제패한 박성현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KLPGA 제공
22일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제패한 박성현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KLPGA 제공
‘대세’ 박성현(23·넵스)이 ‘매치퀸’으로 날아올랐다. 패색이 짙던 경기를 막판 세 홀에서 뒤집는 대역전쇼를 연출했다.

박성현은 22일 강원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지현(25·한화)을 연장전 접전 끝에 제압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해 4승을 수확하는 무서운 상승세다. 상금 1억2000만원을 추가한 박성현은 상금 순위에서도 2위와의 격차를 2억원 이상으로 벌리며 독주체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KLPGA 대세를 맞아 연장까지 가는 선전을 펼친 김지현은 막판 샷감이 흔들리며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돌려야 했다.

‘장 갑을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다.’ 이번 승부가 딱 그랬다.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전반은 박성현이 첫 두 홀을 거푸 따내 경기가 쉽게 끝나는 듯했다. 첫 홀(파4)에서 김지현이 짧은 파퍼팅을 놓친 틈을 타 1업으로 앞서가기 시작한 뒤 두 번째 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승부를 2홀 차로 벌려 놨다.

김지현의 반격도 매서웠다. 박성현의 아이언샷이 좌우로 휘며 흔들리자 정확한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5번홀(파4)과 7번홀(파3) 2개 홀을 잇달아 낚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엔 김지현이 포문을 열었다. 10번홀(파4)을 박성현에게 더 내준 김지현은 11번홀(파4), 12번홀(파5)에 이어 16번홀(파3)에서 잇따라 홀을 따내며 2업으로 앞서갔다. 남은 2개 홀 가운데 1개 홀에서 비기기만 해도 첫 승을 품을 수 있던 상황. 그러나 박성현이 17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을 이글성으로 홀컵에 붙여 버디를 뽑아내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1홀 차로 좁혀진 승부는 18번홀(파5)에서 김지현이 샷 실수로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결국 연장 첫 홀에서 박성현의 4m짜리 극적인 버디 퍼팅 성공으로 김지현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박성현은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꼭 우승하고 싶던 매치플레이를 제패해 첫 승을 따냈을 때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올해 2승을 올린 ‘거물’ 장수연(22·롯데)에게 7홀 차 대승을 거두고 돌풍을 일으키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첫 승을 앞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3, 4위전에서는 장수연이 배선우(22·삼천리)를 1홀 차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춘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