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양곤에는 ‘우리파이낸스미얀마’ 간판을 내건 3층 건물이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현지에 세운 소액대출회사(MFI·마이크로파이낸스)다. 이곳에선 10만~20만원 안팎의 돈을 연 15%가량의 금리로 빌려준다. 대출 방식은 독특하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매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대출 설명회를 연다. 참석자들은 상환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계약서를 작성하고 1인당 20만차트(약 18만원) 정도가 든 현금 봉투를 받아간다. 설명회는 매번 300명 넘는 주민이 참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6개월간 이런 식으로 우리파이낸스미얀마가 확보한 대출 고객은 7000여명에 달한다.

증권사와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2금융권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금융권의 해외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25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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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 키우는 증권사

증권·자산운용사들도 해외 시장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 70위권 증권사를 인수해 현지법인 KIS베트남을 세웠다. KIS베트남은 출범 5년 만에 10위권 증권사로 성장했다. 차헌도 KIS베트남 본부장은 “하노이, 호찌민에 4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철저하게 현지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 인수를 물색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마킨타증권을 인수했다. 올 하반기 인도네시아 법인으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합병으로 해외 거점을 크게 늘린 미래에셋증권도 안정적인 주식중개 수익을 기반으로 투자은행(IB)과 채권 등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해외법인에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산운용사들도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해외점포를 낸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2007년 7개에서 지난해 15개로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 대만 등 10개국에 14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캐나다(호라이즌)와 호주(배타프로)에선 현지 운용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운영 중이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홍콩, 중국(상하이), 베트남(호찌민), 영국(런던) 등에 법인을 각각 3곳씩 두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홍콩법인을 통해 강점인 상장지수펀드(ETF)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 소액대출시장을 잡아라

미얀마에선 국내 금융사 3곳이 소액대출영업을 하고 있다. 2014년 BNK캐피탈과 KEB하나은행이 소액대출회사를 세워 진출했고 우리은행이 지난해 뛰어들었다. IBK캐피탈도 올해 미얀마에 소액대출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캄보디아에서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소액대출영업을 하고 있다.

소액대출은 미얀마, 캄보디아에 특화한 영업 방식이다. 두 곳 모두 국민의 80%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다. 안정균 우리파이낸스미얀마 법인장은 “은행보다는 소액대출이 잘 통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만큼 영업은 철저하게 발로 뛰는 형태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대출 설명회를 여는 식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국의 구(區)에 해당하는 타운십 행정책임자에게서 설명회 개최 허가를 받은 뒤 주민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연다. 이후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 대출이 필요한 주민을 찾는다.

대출 회수도 발로 뛰어야 한다. 돈을 빌려준 집을 직접 찾아가 돈을 받아낸다. 안 법인장은 “아직은 부실을 감안해 1인당 대출금을 20만원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미얀마 소액대출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대출영업 성과도 괜찮은 편이다.

양곤=김일규/윤정현/허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