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에너지시장 '쥐락펴락'
월가를 상징하는 대표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시장에서 변함없는 영향력을 확인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3.3% 상승한 배럴당 47.72달러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도 2.38% 상승한 48.9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WTI와 함께 최근 6개월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 상승의 기폭제는 “2분기 원유시장이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였다. 나이지리아 산유량이 반군의 생산시설 공격으로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캐나다지역의 대형 산불 여파로 오일샌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미 셰일업계 구조조정으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최근 2년간 이어진 공급 과잉이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4월 하루평균 970만배럴에서 올해는 90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분기 평균 45달러에 오른 뒤 하반기에는 50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지난해 9월 전망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 “유가의 추가 상승을 의심하는 투자자나 트레이더는 거의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 들어 WTI 가격은 초반 급락세를 보이며 1월 말 31달러까지 추락했으나 이후 급반등하면서 연중 저점 대비로는 50% 넘게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유가 반등이 산유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2017년 초반 다시 공급 우위로 돌아설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골드만삭스는 북미 천연가스 시장에서 셰브론과 엑슨모빌 등 미국 대표 에너지기업을 제치고 강자로 올라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조2000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매입하면서 북미시장 7위 업체로 올라섰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가정에서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25%를 공급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커졌으며, 지난해 하루평균 거래량도 58억입방피트로 2011년보다 71% 늘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등으로 220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수출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내부에서 ‘제이 에런(J Aron)’으로 불리는 원자재 사업부문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도 천연가스사업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FT는 골드만삭스가 다른 IB가 원자재부문에서 발을 떼거나 거래량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 행보를 보인다며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원자재부문 출신이 주요 경영진에 포진하고 있는 것도 사업 확대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