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프랑스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

프랑스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의회 표결 없이 강행 처리한 노동법 개정안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근로자 해고 요건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기업이 고용을 늘려 경제를 살리고 실업률을 떨어뜨리려면 경직적인 근로조건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발스 총리가 법안을 직권으로 발표하긴 했지만 그 뒤에는 “일자리 문제가 테러보다 프랑스의 미래에 더 위협적”이라고 주장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기존 지지층 잃어도 밀어붙여

"프랑스 일자리 문제, 테러보다 더 위협적"…실업률 치솟자 '좌파노선' 버린 올랑드
프랑스 실업률은 10.3%다. 2013년부터 계속 10% 이상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폐기되는 ‘주당 35시간 근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8%대였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1인당 고용비용이 증가해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청년실업률(24%)은 심각하다. 4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다. 해고가 어려운 경직적 노동시장에서 기득권자인 중·장년층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은 일자리를 못 찾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일자리 문제, 테러보다 더 위협적"…실업률 치솟자 '좌파노선' 버린 올랑드
개정안은 이런 문제를 바꾸기 위해 중소기업에 한해 근무시간을 근로자와 기업이 협의를 통해 주당 46시간으로 늘릴 수 있게 하고, 추가 근무까지 하면 최대 6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추가 근무수당도 종전에는 25% 더 얹어줘야 했지만 앞으로는 10% 이상 주면 되는 것으로 완화했다.

아울러 정규직을 해고할 때는 법정공방을 불사해야 했던 기존 노동법을 바꿔 기업의 수주나 영업이익이 줄어들 때는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툴루즈대(TSE) 교수 등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구상이 프랑스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사회당 소속이다. 전통적으로 그의 지지층은 사회주의자들이고, 이들은 이 같은 개혁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50%대까지 끌어올린 지지율이 ‘바닥’인 10%대로 떨어져도 노동개혁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의회 반대에 가로막히자 헌법을 이용해 의회를 우회하는 강공법을 채택했다. 그는 작년 5월에도 상점의 일요일 영업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이 방식으로 통과시킨 적이 있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지층보다 중도층의 지지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계 격렬한 반대

이날 파리 하원 의사당 밖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시위가 밤까지 이어졌고, 그르노블과 몽펠리에 등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 노동법 개정을 반대하며 밤샘시위를 벌여온 이들은 개정안이 “프랑스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노동자 권리가 19세기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7개 노동단체는 오는 17일과 19일에 노동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 등은 발스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불신임안은 12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