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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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포켓'(아빠·엄마·할아버지·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을 넘어 '에잇포켓'(식스 포켓+삼촌·고모(혹은 이모)) 이란 말이 대세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를 줄이는 와중에도 아이(자녀나 손주 혹은 조카)를 위해서만큼은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에잇포켓이 열리는 대표적인 날이 바로 '어린이날'이다. 백화점이나 마트마다 에잇포켓을 겨냥한 온갖 상품들이 넘쳐난다. 아이를 위해 최신 장난감, 학용품, 옷을 사주는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백일된 손주를 위해 유망 기업의 주식 3가지를 골라 200만원어치씩 사줬다"고 밝혔다. 10년~20년 뒤 이들 주식의 주가가 불어 손주에게 도움을 주길 바라서다.

황 회장은 올해 초 비과세 해외펀드 출시와 관련한 한 행사에서도 "손주나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일정 금액을 넣으면 (투자는 물론) 교육적인 효과까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단·장기 수익률 확인…ETF도 유리

아이를 위한 투자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것이 어린이펀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이를 위한 상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펀드로 시야를 좁힐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어린이펀드에 특별한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데다 수익률 면에 있어서도 큰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반 주식형펀드 가운데 단기, 장기 수익률이 꾸준히 좋은 안정적인 펀드를 고르는게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펀드 중 최근 1년과 3년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헬스케어증권ETF'다.

이 펀드의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29.90%, 90.83%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6.59%, .0.40%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좋은 성과다.

범위를 5년과 10년으로 각각 넓히면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경기방어증권ETF'와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베스트(Best)중소형' 수익률이 두드러진다. 수익률은 각각 99%, 196.56%다.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ETF 시리즈는 단기, 장기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헬스케어증권ETF'와 '경기방어증권ETF' 외에도 '생활필수품증권ETF', '화학증권ETF' '에너지화학증권ETF' 등의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윤주영 미래에셋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ETF는 장기 투자에 적합하고 비용도 저렴해서 아이를 위한 상품으로 좋다"며 "최근 ETF 관련 상품이 많이 늘고 있어서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윤 상무는 "대부분의 ETF 비용(수수료)이 일반 주식형펀드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연간으로는 1%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장기 투자할 때는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 펀드도 수익률 상위에 고르게 이름을 올렸다. 이 펀드의 1년, 3년, 5년 수익률은 15.79%, 51.43%, 67.09%에 달한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우선주'는 3년(71.90%), 5년(63.97%) 수익률이 '신영밸류고배당'은 5년(51.72%), 10년(192.56%) 수익률이 각각 우수하다.

◆ 어린이펀드 해외 탐방 혜택 등 주목

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권에 머물고있는 만큼 해외펀드에도 눈길을 돌려볼 만 하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나스닥바이오증권ETF'의 3년, 5년 수익률이 59.87%, 98.71%로 눈에 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5.30%, -7.5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B자산운용의 '미국그로스'와 피델리티운용의 '피델리티유럽'도 수익률이 양호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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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식형펀드가 아닌 어린이 전용 펀드는 수익률 면에서 성과가 그리 좋지 않다.

대부분의 어린이펀드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고, 3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투자운용의 '네이게이터아이사랑적립식'(15.64%)과 미래에셋운용의 '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15.19%) 정도만이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5년 수익률도 절반 이상 마이너스다.

다만 일부 어린이펀드 중에서는 경제 교육 기회 등의 부가 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어린이펀드 운용보수와 판매보수에서 각각 15%를 청소년 금융 기금으로 조성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회사 어린이펀드에 가입한 아이 고객을 선발해 해외 유명 대학 견학과 글로벌 기회를 탐방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6년 처음 실시 이후 10년 동안 1만3000명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전문가들은 펀드에 가입할 때 아이와 함께 증권회사에 방문하는 것이 교육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또 펀드가 담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을 직접 방문하고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회사 역사와 기술 발전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이노베이션 뮤지엄' 이라는 홍보관을 운영한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이 곳은 평일 오전 10시~오후6시(토요일 오전 9시~오후5시) 사이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만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지만,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도 부모 동반 하에 입장할 수 있다.

LG는 '체험형 과학관'이라는 콘셉트의 홍보관인 '사이언스홀'을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운영한다. 단체 혹은 개인별로 관람할 수 있고 원하는 관람 형태에 따라 온라인 예약을 하면 된다.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관람은 전문가의 인솔 하에 진행한다.

☞ 잠깐

아이를 위해 펀드에 가입할 때는 부모 혹은 조부모가 아닌 아이 이름으로 직접 가입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투자 개념을 심어줄 수 있는데다 아이 이름으로 펀드를 들어야 탐방 기회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