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태풍에 은행주 '먹구름'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면서 은행주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소가 밀집한 영남권에 근거지를 둔 은행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은행주가 저평가됐고 1분기 실적도 좋은 만큼 구조조정 ‘충격파’를 충분히 견뎌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주 일제히 약세

신한금융지주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11% 내린 4만500원에 마감했다. 기업은행(-2.88%) 하나금융지주(-2.73%) 우리은행(-2.38%) KB금융(-2.01%) 등 다른 은행주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JB금융지주(-3.08%) DGB금융지주(-2.4%) 제주은행(-2.22%) 광주은행(-1.11%) BNK금융지주(-1.18%) 등 지방 은행주도 급락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은행주 신용위험이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 업종지수는 1980년 1월4일을 100으로 봤을 때 제조업지수가 현재 4000대, 은행업지수는 220”이라며 “이처럼 격차가 큰 이유는 은행들이 기업 부실을 떠안으면서 기업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 구조조정 방안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정부는 철강·유화 업종 등은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활용해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독려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대상을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조선·해운·건설·철강·유화 등 5대 취약 업종 전반으로 넓히기로 하면서 일반 은행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작년 말 기준 11곳의 일반 은행(제주은행 제외)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1조4973억~3조14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영남권 은행 타격 클 듯

이번 구조조정으로 영남권 은행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산은행(19.6%) 경남은행(17.5%) 대구은행(13.2%) 등 조선소가 밀집한 경상도에 근거지를 둔 은행들의 5대 취약 업종 여신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은행의 전체 여신 가운데 5대 취약 업종 여신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10.4%다.

울산·통영·거제·남해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이들 은행에 부정적 변수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으로 지역 상권이 쇠락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경제 침체로 관련 은행 여신 건전성이 추가로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시각은 신용평가사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충당금 우려가 현재 주가에 상당수 반영됐고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은행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8배로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구조조정 방식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현 단계에서 추가 충당금 규모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조단위 충당금을 쌓는다고 가정해도 상장사 은행들이 1분기에만 2조7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린 만큼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