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에 "구조조정 역할 찾겠다"…입장 바꾼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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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력 동원 난색 표하던 한은
"여론 심상치 않다" 한발 물러나
정부도 "이견 없다" 갈등설 일축
유일호·이주열 ADB 총회 동행
현지서 정책 조합 도출할 수도
"여론 심상치 않다" 한발 물러나
정부도 "이견 없다" 갈등설 일축
유일호·이주열 ADB 총회 동행
현지서 정책 조합 도출할 수도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정부와 한국은행이 갈등 봉합에 나섰다. 발권력 동원에 난색을 보이던 한은이 한발 물러선 데 이어 기획재정부도 ‘한은과 인식 차이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파열음을 내기보다는 현실적인 정책 조합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다.
내부 발언 공개한 이유는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한은 본관에서 집행간부회의를 열고 “한국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은의 간부회의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은 이 총재의 발언을 정리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공개 발언을 아껴왔다. 신중한 스타일인 그가 내부 발언까지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분명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며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부족한 만큼 한은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사격’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구조조정 사령탑인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기싸움 아니다’ 애써 진화
하지만 발권력 동원에 대한 비판론도 많았다. ‘한국판 양적 완화’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부족한 재정을 돈을 찍어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골자였다.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가 통화신용보고서 설명회에서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절차상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발권력 동원 자체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정부와 한은이 기싸움을 벌이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구조조정의 시급함을 강조해온 정부와 한은으로선 부담이 되는 대목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절차상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다만 언론이 보는 것처럼 정부와 한은이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도 갈등설을 일축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월례 간담회에서 “한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으로서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경제 수장 타협안 낼까
정부와 한은은 4일 시작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안을 논의한다. 한은 또한 역할을 찾겠다고 나섬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다.
쉬운 논의는 아니다. 정부는 재정 부족 탓에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에 난색을 보인다. 한은은 원칙을 벗어난 발권력 투입이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을 우려한다. 어느 한쪽에만 부담을 주면 갈등이 재부각되므로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 과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일 한 토론방송에서 “(재정과 통화정책 중) 딱 하나의 방법을 쓰기보다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3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두 경제 수장이 해결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 없이 가능한 한은의 수출입은행 출자나 산은 발행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매입, 산은에 대한 정부의 공기업주식 현물출자 등의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한은 본관에서 집행간부회의를 열고 “한국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은의 간부회의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은 이 총재의 발언을 정리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공개 발언을 아껴왔다. 신중한 스타일인 그가 내부 발언까지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분명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며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부족한 만큼 한은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사격’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구조조정 사령탑인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기싸움 아니다’ 애써 진화
하지만 발권력 동원에 대한 비판론도 많았다. ‘한국판 양적 완화’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부족한 재정을 돈을 찍어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골자였다.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가 통화신용보고서 설명회에서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절차상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발권력 동원 자체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정부와 한은이 기싸움을 벌이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구조조정의 시급함을 강조해온 정부와 한은으로선 부담이 되는 대목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절차상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다만 언론이 보는 것처럼 정부와 한은이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도 갈등설을 일축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월례 간담회에서 “한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으로서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경제 수장 타협안 낼까
정부와 한은은 4일 시작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안을 논의한다. 한은 또한 역할을 찾겠다고 나섬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다.
쉬운 논의는 아니다. 정부는 재정 부족 탓에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에 난색을 보인다. 한은은 원칙을 벗어난 발권력 투입이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을 우려한다. 어느 한쪽에만 부담을 주면 갈등이 재부각되므로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 과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일 한 토론방송에서 “(재정과 통화정책 중) 딱 하나의 방법을 쓰기보다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3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두 경제 수장이 해결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 없이 가능한 한은의 수출입은행 출자나 산은 발행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매입, 산은에 대한 정부의 공기업주식 현물출자 등의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