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부품업체에 수백억~수천억원 규모 보상 검토"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조작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차는 연비가 조작된 경차의 생산 중단으로 자택에 대기 중인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가는 동시에 하청(협력)업체의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경차 생산라인의 가동중단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토교통성이 이날부터 문제가 된 경차 4종에 대해 연비를 검증하는 작업에 들어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미쓰비시차는 자사의 주력공장인 오카야마현 미즈시마제작소 직원 3천600명 가운데 연비조작 경차 4종을 생산하던 1천300명을 지난달 하순부터 자택에 대기시킨데 이어 이들의 임금을 5월부터 깎기 위해 노사 협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전직을 고려하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미쓰비시차는 연비 조작 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변호사로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3개월 정도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낼 방침인데, 적어도 이 기간에는 생산 재개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국토교통성이 문제의 경차 4종에 대해 대량생산이나 판매에 필요한 국가 인증인 '형식지정'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생산 재개를 위해선 정확한 연비를 측정해 국가에 형식지정을 재신청해야 하므로 생산 중단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쓰비시차는 경차 생산 및 판매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부품 하청업체에 대해 보상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미즈시마제작소의 경차 비중은 전체 생산대수의 60%를 차지하므로 주로 오카야마현과 인근 히로시마현 내에 있는 부품업체 매출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쓰비시차는 하청업체로부터 경영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데, 업체별 사정에 따라 보상액수 등을 결정하고 싶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요미우리는 "하청업체에 대한 보상 총액은 수십억∼수백억엔(수천억원) 규모로 팽창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쓰비시차는 경차 구매자 등으로부터도 보상을 재촉받고 있어 부품업체에 충분히 보상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카야마현을 중심으로 가동을 중단한 기업을 상대로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책도 추진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문제의 경차 차종 가운데 공표된 수치보다 연비가 15% 이상 나쁜 차량(eK웨건)도 있다는 사실이 연비조작 발각 뒤 이뤄진 사내 주행시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차는 연비조작 발각 뒤 "(연비조작 차량의) 실제 연비는 5~10% 나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국토교통성은 이날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 있는 '자동차기술종합기구' 자동차시험장에서경차 4종의 실제 연비를 측정하는 시험을 시작했다.

결과는 6월 중 공표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