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프로골퍼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멀게만 느껴지던 올림픽 출전 티켓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서다. 이들을 변화시킨 최근의 계기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꽃미남’ 이수민(23·CJ오쇼핑)의 눈부신 활약이다. 지난해 안병훈(25·CJ오쇼핑)의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우승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 남자 선수들의 ‘올림픽 열기’는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의 아시안투어 제패로 달아올랐다.

◆랭킹 포인트 따기 경쟁 달아올라

‘코리안 영건’ 노승열(25·나이키골프)에게 29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취리히클래식은 남다르다. 그는 출전에 앞서 “골프 국가대표 출신인 내게 올림픽 출전은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며 “이번 대회를 좋은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까지 넉 달여가 남은 만큼 친구 안병훈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도 했다.

갈 길은 멀다. 첫 승 직후 88위까지 수직상승한 세계랭킹이 지금은 239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에도 분위기 반전이 더디다. 출전한 12개 대회 가운데 6개에서 예선탈락했다. 희망의 불씨를 살릴 길은 우승뿐이다. PGA투어 최소 1승이 필요하다. PGA가 주는 챔피언 포인트 36점(취리히클래식 기준)을 받으면 세계랭킹이 120위권으로 뛰어오르고, 준우승 한 번만 더 추가하면 곧바로 80위권대로 수직상승한다. 올림픽 포인트가 마감되는 7월11일까지 최대 10번의 출전 기회가 남아 있다. 143위인 김시우(21·CJ오쇼핑)는 물론 세계랭킹 300위권 안팎인 김민휘(24) 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볼보차이나오픈에 쏠린 눈

올림픽 경쟁에 기름을 부은 건 국내파다. EPGA와 아시안투어 출전이 특히 늘고 있다. 경쟁이 심한 PGA투어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세계랭킹 128위이던 이수민은 EPGA투어 선전인터내셔널오픈 우승 이후 랭킹이 75위로 껑충 뛰었다. EPGA는 PGA 대비 50~70% 정도의 포인트를 주지만 경쟁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포인트 확보에 유리하다.

EPGA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왕정훈(130위)과 아시안투어에서 조던 스피스를 꺾고 우승한 송영한(122위)이 PGA파인 김시우, 김민휘보다 랭킹이 더 높은 게 이를 방증한다.

골프계에선 28일 중국에서 개막한 EPGA투어 볼보차이나오픈이 올림픽 티켓 2장을 놓고 벌이는 ‘빅2’ 경쟁의 새 판을 짜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대회에 KPGA 챔프인 이태희(31)와 김태훈(31·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해 시즌 개막전 동부화재프로미오픈 우승자인 최진호(32·현대제철) 등 13명이 대거 출전한다.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현재 올림픽 출전 순위 1위인 안병훈과 2위인 김경태(40·신한금융그룹)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세계랭킹이 109위로 떨어진 최경주(46·SK텔레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