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왕국'의 탈석유 선언…31세 사우디왕자의 개혁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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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Deep 경제개혁 네 가지 관전 포인트
(1) 아람코 지분 매각? 1000억달러 몸값, 증시에 부담
(2) 4년내 석유의존 탈피? 민간부문 활성화엔 짧은 시간
(3) '오일복지' 축소땐? 국민 반발로 지지기반 잃을수도
(4) 유가 오르면? 추진력 상실…과거에도 흐지부지
(1) 아람코 지분 매각? 1000억달러 몸값, 증시에 부담
(2) 4년내 석유의존 탈피? 민간부문 활성화엔 짧은 시간
(3) '오일복지' 축소땐? 국민 반발로 지지기반 잃을수도
(4) 유가 오르면? 추진력 상실…과거에도 흐지부지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이 있다. 1985년생으로 젊고, 현 국왕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국방장관과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사우디의 주요 정치·경제적 의사결정 기구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제일 비싼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람코 지분을 매각하고 아람코 경영상황을 외부에 공개하겠다거나, 국부펀드(PIF)가 아람코를 소유·감독하게 해 거기에서 나온 수입을 국내 투자에 쓴다는 얘기는 통이 크고 야심찬 그의 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비전에 안팎에서 갈채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방향은 옳은데 너무 급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그가 2020년까지 경제체질을 확 바꾸겠다고 약속한 대목에서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민간부문을 키우고 정부 수입·지출 구조를 바꾸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아람코 5% 상장, 걸림돌 많아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구상은 아람코 상장에서 출발한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사회 각 분야에 투자하는 식으로 민간부문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아람코 지분 5% 상장 시기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8년까지다.
문제는 지분 5%(1000억~5000억달러 추산)만 해도 사우디 증시가 소화하지 못할 규모라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3835억달러에 불과하다. 사우디 국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면 이런 부담은 상당히 덜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 주요 거래소가 지분 25% 이상 상장만 허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람코 지분만 담은 펀드를 대체 상장하는 등 우회전략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아람코 지분을 매입한 뒤 홍콩증시 상장 방안을 사우디에 타진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와 중국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람코 지분을 중국에 팔면 미국 등 사우디 동맹국과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사우디가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이상의 외교 문제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2020년까지 석유 의존 탈출?
아람코와 PIF를 통한 재원 마련 구상이 삐걱거리면 민간부문 투자도 늦어질 수 있다. 불과 4년 뒤인 2020년까지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나선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시간표가 어그러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민간부문의 GDP 기여 비중을 40%에서 6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의 GDP 기여 비중은 20%에서 35%까지 높이고, 현재 1630억리얄인 비석유부문 정부수입은 2030년까지 1조리얄로 6배 이상 높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광산업 및 군수업 등의 투자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동 전문 싱크탱크인 걸프리서치센터의 존 스파키아나키스 연구원은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제안한 시간 안에 대대적 개혁을 이룬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며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짐 크레인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그의 생각은 합리적이지만 그가 제시한 시한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유가 오르면 도루묵 될 수도
전문가들은 휘발유와 전기 등 온갖 부문에서 오일달러에 기반해 제공되던 공공복지를 축소하겠다는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구상도 국민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전제로 개혁안을 짰다고 밝히고 “유가가 어떻든지 이를 실행하겠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석유 의존형 경제체제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사우디 내에서는 유가가 떨어질 때마다 이런 약속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실세인 왕실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고,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유가가 예전처럼 배럴당 100달러대로 오를 가능성이 낮아 주변 상황이 그에게 호의적이긴 하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듯, 유가가 오르면 늘어난 재정수입을 국민에게 써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인 욕구가 생길 수 있다. 어렵게 개혁을 추진하다가도 외부 경제환경이 바뀌면 순식간에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사우디에서 제일 비싼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람코 지분을 매각하고 아람코 경영상황을 외부에 공개하겠다거나, 국부펀드(PIF)가 아람코를 소유·감독하게 해 거기에서 나온 수입을 국내 투자에 쓴다는 얘기는 통이 크고 야심찬 그의 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비전에 안팎에서 갈채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방향은 옳은데 너무 급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그가 2020년까지 경제체질을 확 바꾸겠다고 약속한 대목에서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민간부문을 키우고 정부 수입·지출 구조를 바꾸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아람코 5% 상장, 걸림돌 많아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구상은 아람코 상장에서 출발한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사회 각 분야에 투자하는 식으로 민간부문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아람코 지분 5% 상장 시기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8년까지다.
문제는 지분 5%(1000억~5000억달러 추산)만 해도 사우디 증시가 소화하지 못할 규모라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3835억달러에 불과하다. 사우디 국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면 이런 부담은 상당히 덜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 주요 거래소가 지분 25% 이상 상장만 허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람코 지분만 담은 펀드를 대체 상장하는 등 우회전략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아람코 지분을 매입한 뒤 홍콩증시 상장 방안을 사우디에 타진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와 중국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람코 지분을 중국에 팔면 미국 등 사우디 동맹국과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사우디가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이상의 외교 문제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2020년까지 석유 의존 탈출?
아람코와 PIF를 통한 재원 마련 구상이 삐걱거리면 민간부문 투자도 늦어질 수 있다. 불과 4년 뒤인 2020년까지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나선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시간표가 어그러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민간부문의 GDP 기여 비중을 40%에서 6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의 GDP 기여 비중은 20%에서 35%까지 높이고, 현재 1630억리얄인 비석유부문 정부수입은 2030년까지 1조리얄로 6배 이상 높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광산업 및 군수업 등의 투자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동 전문 싱크탱크인 걸프리서치센터의 존 스파키아나키스 연구원은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제안한 시간 안에 대대적 개혁을 이룬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며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짐 크레인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그의 생각은 합리적이지만 그가 제시한 시한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유가 오르면 도루묵 될 수도
전문가들은 휘발유와 전기 등 온갖 부문에서 오일달러에 기반해 제공되던 공공복지를 축소하겠다는 무함마드 부왕세자의 구상도 국민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전제로 개혁안을 짰다고 밝히고 “유가가 어떻든지 이를 실행하겠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석유 의존형 경제체제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사우디 내에서는 유가가 떨어질 때마다 이런 약속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실세인 왕실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고,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유가가 예전처럼 배럴당 100달러대로 오를 가능성이 낮아 주변 상황이 그에게 호의적이긴 하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듯, 유가가 오르면 늘어난 재정수입을 국민에게 써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인 욕구가 생길 수 있다. 어렵게 개혁을 추진하다가도 외부 경제환경이 바뀌면 순식간에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