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
조선 후기 사회의 핵심 문화 키워드는 실학과 진경(眞景)이었다. 겸재 정선이 숙종에서 영조대까지 활동하며 우리 고유의 진경 화풍을 활짝 열었다면 단원 김홍도는 진경회화를 화려하게 마무리지은 화가다. 어린 시절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운 단원은 풍속인물화는 물론 신선도, 초상화에도 능통했다.

조선시대 풍속인물화의 백미로 꼽히는 단원의 작품은 역시 ‘마상청앵(馬上聽鶯)’. 화창한 봄날 말을 타고 가던 젊은 선비가 길가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 한 쌍이 화답하며 노니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장면을 사생한 명작이다. 꾀꼬리의 화답 장면과 넋 나간 선비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고 버드나무 묘사는 간결하게 압축했고, 화면의 대부분을 하늘로 비워 둬 여백의 미를 살려냈다. 꾀꼬리 소리가 선비의 마음을 관통해 여백 가득 울려 퍼지는 듯하다.

또 선비와 말을 모는 떠꺼머리총각의 옷주름을 단원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억센 철선묘(鐵線描·꼿꼿하고 고른 필선)로 처리해 넉넉하면서도 빳빳한 조선 옷의 맵시를 돋보이게 했다. 갓과 말, 길섶 풀에는 먹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해 옷맵시와 대조를 보이며 그림에 깊이감을 더해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