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구조조정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국책은행 건전성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 여당과 야당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제일 적극적이다. 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4.1%,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9.8%인데 앞으로 있을 ‘경우의 수’에 대비하려면 추가 출자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문제는 ‘돈’이다. 추가 출자는 필요하지만 투입할 돈이 없다는 게 정부 고민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으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면서 기재부가 1조원어치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이도 모자라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LH 지분 5000억원어치를 출자하기로 했다”며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 출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에선 한국은행이 직접 나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출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수는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수출입은행 지분 13.12%를 보유한 주주다. 1조원을 추가 출자하면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9.8%에서 11%가량으로 올라간다.

다만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에 출자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은행법상 산업은행은 정부로부터만 출자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출자를 결정하면 (자본 확충은) 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지난 7일 “산업은행이 자금이 없어서 구조조정을 못하는 게 아니다”며 한국은행을 통한 출자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은행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법 테두리 안에서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은행 내에선 발권력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명/김유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