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달부터 대기업집단에 새롭게 지정된 하림과 카카오, 셀트리온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차별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자산총액 기준(5조원 이상)이 논란이 되자 마련한 자리다.

주 제발표를 맡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포브스 선정 2천대 기업에서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총 448개인데 한국은 2개뿐이라면서 "파괴된 기업생태계를 복원하려면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같은 차별 규제부터 철폐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활동 규제지수는 OECD 34개국 중 네 번째이고 대기업 규제는 OECD 1위 수준"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100년 이상 깊이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규제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한 크기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애플 시가총액의 25%에 불과하고 현대차도 일본 도요타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새로운 대기업은 최근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신규지정된 그룹을 제외하면 전무한데 그 이유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차별규제 때문"이라며 "대기업 규제가 기업의 성장 유인을 억제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차별 규제를 풀어 대기업·중견기업 비중을 높임으로써 기존의 '9988' 경제구조(중소기업 사업체수 99%, 중소기업 근로자 수 88%)를 '9070' 생태계(중소기업 수 90%, 중소기업 근로자 70%)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도 "글로벌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가 제약이 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경쟁자인 해외 다국적 기업들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 확보가 수월하다"며 "셀트리온 등 우리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보다 규모가 작은데 대기업규제 같은 제약까지 받으면서 이들과 경쟁해야 해서 사업전략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집단 문턱을 넘어서면서 당장 정부의 연구개발 세제지원 혜택이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중견기업 때 연구개발비 지출액의 8%를 세액공제율로 적용받았는데 이제는 공제율이 3%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셀트리온 계열사라고 해도 모두가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데 개별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규제대상이 되므로 중소계열사 역시 채무보증제한 등이 불가피해 신속한 외부 자금조달 제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새로 적용받게 된 규제만 76개"라며 "이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되면 아무리 작은 기업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므로 유망 IT 스타트업 인수합병(M&A)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우려했다.

현재 카카오의 주력회사 5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평균 자산 규모가 85억 원가량인 중소기업이거나 게임, 모바일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모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로 묶이면서 벤처캐피탈 투자가 금지되고 IT 관련 업종 진출이 제한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수 인력의 병역특례요원 혜택도 사라졌다.

그는 "글로벌 대기업은 수백조의 자산과 자본력으로 전세계 시장을 발 빠르게 장악하는데 국내 IT 기업은 과거 제조업 위주의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