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달리는 제네시스DH를 탄 서대영 상사(진구)는 운전석 왼쪽의 버튼을 누른 뒤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윤명주 중위(김지원)와 키스를 나눈다. 이들의 로맨스가 가능했던 건 DH의 고속도로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 덕분이다. 고속도로라는 특정 환경에서 차간 거리와 차선을 인식해 스스로 움직이는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다.

자율주행 기능은 이미 자동차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2020년께면 운전자의 조작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처음 나올 전망이다. 2035년이면 시장 규모가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시장의 정체로 매출이 3년째 줄고 있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자율주행차 2020년부터 급성장

자율주행이란 자동차가 운전자 조작 없이 스스로 달리는 걸 뜻한다. 크루즈, 자동주차 등 초보적 기능부터 시작해 스스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완전 자율주행까지 통상 4단계로 나뉜다. 자율주행은 미래 자동차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편리한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차량 안전 기준을 강화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09년 기술 개발을 시작한 구글은 2014년부터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을 없앤 차량을 시범운행 중이다. 업계는 202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ABI는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포함하면 자율주행차 판매가 2024년 110만대에서 2035년 4200만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상용화가 시작되면 급속히 확산될 것이란 얘기다. 부품 등을 포함한 시장 규모는 2035년 1조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차세대 먹거리는 전장

삼성이 자율주행기술 등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0년께부터다. 그룹 차원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을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삼성답지’ 않았다. 한창 커지던 스마트폰 사업과 세계 1위를 질주하는 반도체 TV 사업 등에 밀려 예산이나 핵심인력 투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라이벌 LG전자가 미국 GM과 배터리뿐 아니라 전동모터 인포테인먼트 등 주요 11개 부품을 일괄 공급하기로 계약하자 충격에 빠졌다. 깊은 반성 끝에 삼성은 작년 말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전장사업팀 등을 신설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자동차는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크다. 이런 제품이 급격히 전자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장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모두 생산할 수 있어서다.

삼성의 첫 번째 표적은 자율주행기술이다. 자율주행은 인지→판단→제어 등 세 분야 기술로 구성된다. 이 중 판단 기능에서 완성차 업체들과 구글 등 IT업체의 개발 방식은 차별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렇게 대처하라’는 형태의 판단 구조를 미리 입력해놓는 걸 기본으로 삼는다.

하지만 구글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사람처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하며 습득한 AI 기술과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은 구글과 비슷한 개발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종합기술원이 자율주행과 딥러닝, AI 연구 인력을 모두 뽑겠다고 공지한 것에서 이런 전략이 드러났다. 완성차 업체 중 일본의 도요타도 최근 미국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고 5년간 10억달러(약 1조142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현석/강현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