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보다 20% 넘게 줄어들며 1조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한국IBM의 매출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보기술(IT) 환경이 클라우드 시스템 중심으로 바뀌면서 주력 사업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의 업황이 부진한 데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사업 영역에서 매출 급감

한국IBM은 12일 지난해 매출이 8197억원, 영업이익은 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014년에 비해 61.2% 늘었지만 매출은 22.3% 감소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0년(7315억원)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5년(8841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사업별로 보면 상품, 용역, 전산기 임대, 특수관계자(계열사) 용역 등 전 분야에 걸쳐 매출이 줄었다. 상품 매출은 2014년 4382억원에서 지난해 271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용역 매출도 2014년 5523억원에서 지난해 4988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IBM의 실적 추락은 미국 본사를 포함한 IBM의 글로벌 매출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4분기까지 IBM의 글로벌 매출은 15분기 연속 감소했다. 서비스와 솔루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전 사업 영역에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력 사업부인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은 지난해 4분기 전년도에 비해 11% 줄어들었다.

◆클라우드 부상에 직격탄

IBM의 세계적인 실적 부진은 IT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BM의 주력 매출은 대용량 메모리와 고속 처리 능력을 지닌 대형 컴퓨터(메인 프레임) 및 이와 연관된 서버, 소프트웨어 및 각종 IT 장비와 솔루션 판매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이후 IT 환경이 클라우드(cloud)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서버 등의 매출에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란 기존 IT 관련 각종 저장장치, 솔루션, 소프트웨어 등을 개별 컴퓨터에 설치해 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연결된 전문업체의 중앙컴퓨터를 통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별도의 저장장치 없이 소프트웨어를 언제든 갖다 쓸 수 있어 IBM과 같이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메인 프레임 등을 판매하는 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 시스템이 부각되고 있지만 IBM은 이 시장에서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조사기관인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52%를 아마존이 장악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격하고 있다. IBM은 구글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지만 성장률에서 구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은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BM은 기존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IBM이 슈퍼컴퓨터 왓슨을 통해 인공지능, 인지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려고 시도하는 것도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일환”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