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주가 오랜만에 ‘부활찬가’를 부르고 있다. 그룹의 양 날개인 LG전자LG화학이 선전하면서 다른 계열사 주가도 동반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주, 여전히 저평가”

11일 LG전자는 0.94% 오른 6만4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약보합세 속에서도 LG이노텍(4.33%) LG상사(2.43%) LG유플러스(1.83%) LG(1.62%) LG하우시스(1.42%) LG화학(0.16%) 등 7개 종목이 빨간 불을 켰다. LG디스플레이(-0.18%) LG생명과학(-3.44%) LG생활건강(-3.93%)이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하긴 했지만 상승 에너지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올 들어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LG그룹주의 상승세는 유난히 두드러진다. 맏형인 LG전자가 22.48% 올랐고 LG디스플레이(14.44%) LG생명과학(13.85%) LG유플러스(9.31%) 등도 크게 뛰었다.

LG그룹주들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것은 1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날 올 1분기 5052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65.5% 늘어난 것으로 당초 증권가의 전망인 4199억원을 뛰어넘은 실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장중 3만9300원까지 추락하면서 2004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호조를 보이고 3월 말 발표된 스마트폰 ‘G5’도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주가 회복에 힘을 보탰다.

LG화학의 실적 전망도 밝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9% 늘어난 4671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에도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전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주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많다. LG디스플레이(0.80) LG(0.92) LG전자(0.99)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을 밑돈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PBR은 역사적 최저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부품 실적도 호조

그룹의 새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부품 사업에 대한 기대도 LG그룹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LG그룹은 2014년 3조원 초반대였던 자동차부품 사업 매출이 작년 4조5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LG에서 자동차부품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는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하우시스 LG CNS 등 6곳이다. 올 들어 LG화학이 지난 2월 미국 크라이슬러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에 디스플레이 채널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향후 추가 상승세는 가시적인 성과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LG그룹주들의 상승세는 장기 저평가에 대한 기저 효과도 가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2분기 이후 확실한 모멘텀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