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식 양적완화' 공방] "산금채 발행만 하면 다 팔려…한은까지 나설 이유 없어"
기업 및 가계 구조조정이란 정책적 목표 달성에 통화당국(한국은행)도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구상에 상당수 전문가는 “원론적으로 타당한 얘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은이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각론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8일 “지금도 산업은행이 산금채를 발행하기만 하면 100% 시장에서 소화된다”며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산금채(3년물)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국고채(3년) 금리와의 차이가 지난해부터 0.1%포인트 안팎으로 줄어들 정도로 산금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산은이 산금채 발행을 늘리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정부가 다시 산은에 증자해야 할 수도 있다. 공적 자금이 추가 투입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은이 산금채를 인수하는 대신 직접 산은에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너무 멀리 나간 얘기”라며 부인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선(先) 자구노력, 후(後) 경영정상화)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산금채 인수 자금이 한계기업 연명 자금으로 쓰일 수 있어 오히려 구조조정에 독(毒)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경제부처 관료는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먼저 추산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검토한 뒤 방법이 없으면 한은이 산금채를 인수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결론만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