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7일 창립 70돌을 맞는다. 다른 그룹 같으면 시끌벅적하게 준비했을 법한 70주년 기념식을 금호아시아나는 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신 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 맞추기 준비를 ‘물밑’에서 계속한다. 마지막 퍼즐은 채권단에 넘어간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오는 것. 박 회장도 “그룹 재건을 위해선 금호타이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총력

박 회장은 6일 기자와 만나 “건설, 항공, 타이어 등이 합쳐져야 그룹 재건이 온전히 마무리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금호타이어 매각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일정이 확정되면 반드시 인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70주년이라고 해서 기념식을 열거나 직원들에게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진 않을 것”이라며 “그저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성원해주신 분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작년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던 금호산업 재인수에 성공했다. 1500억원의 개인자금을 투입했고, SK 롯데 CJ 효성 코오롱 대상그룹 등을 ‘연합군’으로 끌어들였다.

박 회장의 다음 ‘타깃’은 금호타이어다. 금호아시아나는 1960년 금호타이어를 설립했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채권단은 하반기에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매각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이 예상하는 매각가격은 7000억원대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대주주 지분 감자, 사재 출연 등 경영정상화 노력을 인정받아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그룹 역사를 감안할 때 금호타이어 인수는 항공, 건설 등 주력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의 사정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핵심 계열사인 아사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81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991.2%로 전년보다 35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선 구조조정, 조직 통폐합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설까

금호아시아나는 1946년 4월7일 고(故) 박인천 창업회장이 미국에서 중고 택시 두 대를 사들여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는 창립 후 세 번의 큰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내 부활했다.

1979년 오일쇼크를 이겨낸 뒤 1988년 제2민항 사업 면허를 따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견뎌낸 다음에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해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창사 이후 가장 길고 큰 시련이었다. 10조5000억원가량을 주고 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때문에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친 박 회장은 그룹 완전 재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계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오뚝이 기업’으로 통한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타이어 인수와 아시아나항공 실적 개선이란 과제를 해결해 다시 한 번 오뚝이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