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의약품 택배 허용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한약사회 등의 반대로 논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이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오염될 수 있다”며 “대면 판매와 대면 복약 지도 원칙이 준수되지 못하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약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는 ‘의약품 택배’는 미뤄두고 현안인 원격의료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의약품 택배가 안 되면 ‘반쪽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정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의사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아도 환자가 약을 받기 위해서는 약국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가족이 대신 약을 처방받을 수 있지만, 혼자 사는 환자는 약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다.
의약품 택배를 반대하는 약사회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택배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의약품 변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별도의 의약품 택배 시스템을 갖춘 물류회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복약 지도 역시 구체적인 설명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미 15년여 전부터 의약품 택배를 허용하고 있다. 우편 팩스 등으로 약사에게 처방전을 보내면 약사는 약을 조제해 택배로 보내준다. 온라인으로 일반 의약품 구매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드러그스토어, 월그린 등 온라인 약국에서 약을 주문하고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연간 200만명이 정기적으로 온라인에서 약을 구입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의료와 정보기술(IT) 융합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