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들이 판매한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가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펀드의 수익률이 비계열사보다 연 10%포인트 이상 낮은 사례도 있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추천하는 ‘몰아주기’ 영업 방식 탓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믿지 못할 계열사 펀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갖고 있는 6대 은행 중 계열사 펀드 수익률이 비계열사 펀드보다 높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신한은행에서 팔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펀드들은 지난 1년(1월 말 기준) 동안 평균 13.41%의 손실을 냈다. 반면 신한은행과 지분 관계가 없는 비계열 운용사 펀드들은 같은 기간 1.42%의 수익을 올렸다. 신한 계열사 펀드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의 코스피지수 상승률(-2.00%)과 비교하면 11.41%포인트, 다른 계열사 펀드와 견줘보면 14.84%포인트 낮았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하나UBS자산운용 펀드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운용사 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4.84%로 비계열 운용사 평균 수익률(0.03%)을 크게 밑돌았다. 이번 조사는 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는 주식형 액티브펀드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증권사가 판매한 계열 운용사 펀드 중에도 ‘쭉정이’가 많았다. 12개 주요 증권사 중 7개사가 계열사 펀드보다 비계열사 펀드의 수익률이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금융투자(-12.82%포인트)와 한국투자증권(-5.07%포인트), 현대증권(-5.05%포인트) 등이 계열사 펀드와 비계열사 펀드 간 수익률 격차가 컸다.

반대 사례도 있다. 신영증권은 신영자산운용의 선전으로 계열회사 펀드 수익률이 비계열회사보다 7.39%포인트 높았다.

◆“계열사 펀드에 가산점 관행 여전”

계열 운용사 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배경엔 계열사 펀드를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관행이 있다.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내부 심의가 느슨하다보니 ‘불량 펀드’가 추천 목록에 들어가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의 상품담당 임원은 “계열사 펀드를 판매할 때 인사 고과에 가산점을 주는 회사가 남아 있다”며 “이왕이면 제 식구를 밀어주자는 정서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계열사 펀드를 밀어주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2013년 4월 ‘계열사 펀드 판매 50% 룰’을 도입했다. 펀드 판매 총액에서 계열사 상품 판매액이 절반을 넘으면 ‘불건전 영업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계열사 펀드를 1~3분기에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4분기엔 이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계열사 펀드 신규 판매 비중은 49.5%로 ‘50% 룰’을 간신히 피해갔다. 미래에셋증권 43.7%, 메리츠종금증권 36.6%, 삼성증권 32.6% 순으로 계열 펀드를 많이 판매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16.6%로 은행권 가운데 가장 낮다”며 “지점에서 계열사 펀드 추천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