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명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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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 기자 ] # "명품 브랜드들은 면세점 간 유치 경쟁으로 꽃놀이패를 쥔 격입니다. 도대체 명품이 뭐길래…."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사업권)를 획득한 면세점들은 아직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명품 발망 제품을 H&M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엿새도 버틸 만 하죠".
스웨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H&M은 매년 유명 브랜드 및 디자이너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판매일 엿새 전부터 프랑스 브랜드 발망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구입하려는 노숙 행렬이 형성됐다. 한정 물량을 우선 구입해 되파는 '리셀러'들이 몰려 벌어진 진풍경이었다.
○ 명품, 신규 면세점 모시기에 위세 '과시'
24일 유통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과 함께 명품이 재차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간주되던 면세점 특허을 따낸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두산, 신세계 등 신규 사업자들이 명품 브랜드 모시기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유치를 위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섰지만 단기간에 성사되지는 못한 분위기다. 이들 3대 명품은 해외 본사에서 국가별 매장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취해 신규 매장을 얻기가 유독 어려운 브랜드로 꼽힌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통상 면세점 매출에 10~30%가 명품 관련 매출로 추정된다. 단순히 매출 뿐 아니라 면세점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를 잡기 위해선 필수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꼽힌다. 대표적인 명품이 입점한 경우 한국산 화장품과 지역 특산품 등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해 요우커의 발길을 잡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3대 명품을 모두 갖춘 서울 시내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4곳이다. 당초 신규 사업자들은 지난해 11월 2차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에서 특허를 잃은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을 경우 매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사실상 연내 추가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에 명품 브랜드들이 결정을 보류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 한국, 가성비 시대 불구 명품 시장 규모 '세계 8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명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18억달러, 세계 8위 규모로 추정된다.
해외 명품업체들은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수입 원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고가 가방, 시계 등에 적용하는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을 완화했다 세 달 만에 원상복귀시켰다. 해당기간 주요 명품업체들이 인하분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영업해 당초 기대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버킨백, 돈 있어도 못 산다…'베블런 효과'
프랑스 고가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버킨백의 국내 판매가격은 1500만원을 웃돈다. 그러나 소형차 한 대에 맞먹는 가방 가격에 놀라기는 이르다. 현재 국내 매장에서는 물량이 달려 일반 고객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명품과 같은 사치품 소비와 관련해서는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이름을 딴 '베블런 효과'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베블런은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사치품의 수요 현상을 '과시 소비'로 정의했다. 고가 물건의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확인시키려는 심리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인 경제학에서는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에 반비례하기 마련이나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상품은 반대로 비례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 등으로 과시의 대상이 물질에서 경험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나타나 관련 제품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SNS, 셀카 등에서 은근한 과시를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사진 배경으로 등장할 수 있는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2016'에서 "'은근한 자랑질의 증가'로 국내에 진출한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주력제품인 가방보다 주변 제품이던 팔찌, 반지 등 소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신규 면세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사업권)를 획득한 면세점들은 아직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명품 발망 제품을 H&M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엿새도 버틸 만 하죠".
스웨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H&M은 매년 유명 브랜드 및 디자이너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판매일 엿새 전부터 프랑스 브랜드 발망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구입하려는 노숙 행렬이 형성됐다. 한정 물량을 우선 구입해 되파는 '리셀러'들이 몰려 벌어진 진풍경이었다.
○ 명품, 신규 면세점 모시기에 위세 '과시'
24일 유통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과 함께 명품이 재차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간주되던 면세점 특허을 따낸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두산, 신세계 등 신규 사업자들이 명품 브랜드 모시기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유치를 위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섰지만 단기간에 성사되지는 못한 분위기다. 이들 3대 명품은 해외 본사에서 국가별 매장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취해 신규 매장을 얻기가 유독 어려운 브랜드로 꼽힌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통상 면세점 매출에 10~30%가 명품 관련 매출로 추정된다. 단순히 매출 뿐 아니라 면세점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를 잡기 위해선 필수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꼽힌다. 대표적인 명품이 입점한 경우 한국산 화장품과 지역 특산품 등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해 요우커의 발길을 잡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3대 명품을 모두 갖춘 서울 시내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4곳이다. 당초 신규 사업자들은 지난해 11월 2차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에서 특허를 잃은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을 경우 매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사실상 연내 추가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에 명품 브랜드들이 결정을 보류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 한국, 가성비 시대 불구 명품 시장 규모 '세계 8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명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18억달러, 세계 8위 규모로 추정된다.
해외 명품업체들은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수입 원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고가 가방, 시계 등에 적용하는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을 완화했다 세 달 만에 원상복귀시켰다. 해당기간 주요 명품업체들이 인하분만큼 가격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영업해 당초 기대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버킨백, 돈 있어도 못 산다…'베블런 효과'
프랑스 고가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버킨백의 국내 판매가격은 1500만원을 웃돈다. 그러나 소형차 한 대에 맞먹는 가방 가격에 놀라기는 이르다. 현재 국내 매장에서는 물량이 달려 일반 고객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명품과 같은 사치품 소비와 관련해서는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이름을 딴 '베블런 효과'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베블런은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사치품의 수요 현상을 '과시 소비'로 정의했다. 고가 물건의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확인시키려는 심리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인 경제학에서는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에 반비례하기 마련이나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상품은 반대로 비례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 등으로 과시의 대상이 물질에서 경험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나타나 관련 제품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SNS, 셀카 등에서 은근한 과시를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사진 배경으로 등장할 수 있는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2016'에서 "'은근한 자랑질의 증가'로 국내에 진출한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주력제품인 가방보다 주변 제품이던 팔찌, 반지 등 소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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