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혼슈 지역 최북단에 있는 아오모리현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자 세계 최대의 너도밤나무 자생지인 ‘시라카미 산지’를 품고 있는 빼어난 자연관광지다. 아오모리시 남쪽으로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하코다산(八甲田山, 1580m)이 장엄하게 솟아 있다. 하코다산을 찾아가려면 눈 쌓인 산비탈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한다. 길이 아슬아슬하지만 마치 하얀 옷을 입은 것 같은 침엽수림의 눈꽃 핀 풍경에 빠져 걷다 보면 아찔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산 아래에서 바라본 하코다산은 하늘의 구름과 설산의 봉우리가 서로 엉켜 그 경계가 희미하다. 하코다 로프웨이(스키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1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멀리 쓰가루, 시모키타 반도와 홋카이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하코다산의 백미는 눈보라에 나부껴 춤추다 얼어붙은 것 같은 나뭇가지의 수빙이다. 일본 사람들은 나무에 붙은 수빙의 모습이 익살스런 괴물처럼 느껴졌는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라고 부른다.
봄의 중턱에 들어선 3월인데도 하코다산은 여전히 겨울왕국이다. 하코다산 정상에서 7㎞에 달하는 긴 코스에는 아직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이들이 북적거린다. 밀가루를 뿌린 듯 폭신하게 쌓인 파우더 눈을 가르며 너도밤나무 사이를 달리는 다이내믹한 슬로프를 초여름인 5월 중순까지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이 길다 보니 트레킹이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체험형 레저도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산 정상에서 눈에 빠지지 않게 제작한 신발을 신고 가이드와 함께 겨울 너도밤나무숲을 산책하거나 최고 높이 9m인 눈의 회랑(回廊)이 8㎞나 이어진 하코다, 도와다 골드라인을 걷는 ‘하코다 워크’가 대표적이다.


아오모리 공항에서 ‘호시노리조트 아오모리야’까지 가는 길은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는 기분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바닷길을 달리다 작은 가옥들을 만나기도 하고, 침엽수가 우거진 숲과 끝없이 눈이 펼쳐진 평야와 마주치기도 한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 만날 수 있는 호시노 리조트

리조트는 거대한 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72만7272㎡에 달하는 리조트 산책로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리조트 내의 미쓰노코 마쓰리야는 아오모리의 축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독특한 형태로 만든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안에는 아오모리 대표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에서 사용된 다양한 형태의 등불이 전시돼 있다. 레스토랑에 마쓰리에서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축제에 참여한 것처럼 ‘랏세라’(영차와 비슷한 의미)를 외치며 흥겨워했다. 어느새 아오모리의 밤은 저물어가고 눈 덮인 정원을 돌아보는데 이제 막 움을 튼 나무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아오모리에도 어느덧 봄이 시작된 것이다.
아오모리=김지은 여행작가 specialna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