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LG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333개 상장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18일 일제히 열렸다. 대주주인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복귀하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들이 관심을 모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효성의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 주요 그룹 오너 일가가 핵심 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 주총 개회 선언하는 조대식 SK㈜ 사장 > 조대식 SK㈜ 사장(왼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주총 개회 선언하는 조대식 SK㈜ 사장 > 조대식 SK㈜ 사장(왼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책임 경영 강화

사촌 형제인 최태원·최신원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각각 SK(주)와 SK네트웍스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도 나란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태원 회장은 SK(주)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

최태원 회장은 2014년 3월 SK(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최신원 회장은 실적 부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5년 3월 SKC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SK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었다. 각각 2년, 1년 만에 대표이사로 돌아온 것이다. 이들의 복귀로 SK그룹의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은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했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등기이사에서 퇴임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효성은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3부자를 각각 등기이사로 재선임했다. 또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은 이날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의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333개사 정기 주주총회] 책임경영 나선 대기업 오너들…신사업 발굴·대규모 투자 '진두지휘'
주요 기업의 대주주들이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어려워진 대외여건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극복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전문경영인들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경영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오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주)의 100% 자회사인 SK E&S와 SK바이오팜의 신에너지 및 바이오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에너지(SK이노베이션)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SK는 이들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핵심과제 중 하나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LG화학 등기이사로서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이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水)처리 사업 등을 챙긴다.

◆주주가치 제고 노력

일부 기업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함께 내놓았다. 기아자동차는 이사회 내에 주주권익 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인수합병(M&A), 자산 취득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결정 등에 대해 주주 권익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작년에 사상 첫 영업적자를 내면서 배당을 하지 않았던 SK이노베이션은 주주들에게 오는 4월 중 주당 48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은 기본 배당금 3200원에 특별 배당금 명목으로 1600원을 추가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기본 배당금에 특별 배당금을 더한 것은 2014년 무배당을 견뎌 준 주주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들은 임원들의 보수와 퇴직금도 줄였다. SK는 SK(주)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 이날 주총을 연 전 계열사가 임원 퇴직금을 축소했다. 작년에 사상 최악의 손실을 낸 삼성중공업은 이사 보수한도를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상선도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에서 35억원으로 낮췄다.

송종현/김현석/정지은 기자 scream@hankyung.com